[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이 조각가 전국광(1945~1990) 개인전 ‘전국광: 쌓는 친구, 허무는 친구’를 오는 24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2층 전시실과 1층 야외 공간에서 개최한다.
전국광은 짧지만 치열한 20여 년의 작가 활동 동안 조각의 본질인 매스(mass)에 천착하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그의 작업은 ‘쌓다’와 ‘허물다’라는 상반된 개념을 축으로 전개되었으며, 대표 연작인 ‘적(積)’과 ‘매스의 내면’을 비롯해 석조각, 목조각, 금속조각, 드로잉, 마케트 등 80여 점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국광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성장하며 어려운 환경을 겪었다.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기념조각가 박재소를 만나 조각의 세계에 입문했고,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이미 제작 기술을 습득했다. 이후 1967년 홍익대학교 조각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박석원, 여성 조각가 윤영자의 작업을 보조하며 실무적 경험을 쌓았고, 이미 학생 시절부터 완성도 높은 기술력과 강렬한 집중력으로 주목받았다. 국전과 공간미술대전 등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입지를 다졌고, 생전에 5회의 개인전과 30여 차례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1990년 불의의 사고로 4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 그의 조각 세계가 더 어떻게 확장되었을지를 영원히 확인할 수 없게 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시는 네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형태를 쌓아 올리며 변주의 가능성을 탐색한 ‘적’ 시리즈를 다루는 ‘쌓는 친구’, ▲제30회 국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매스의 비(碑)’를 통해 작가 세계의 변곡점을 짚는 ‘매스를 기리며’, ▲매스의 제약을 허물고 내면의 구조를 탐구한 ‘매스의 내면’ 시리즈를 소개하는 ‘허무는 친구’, ▲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전방위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예술가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전국광의 작품은 돌과 브론즈 같은 전통 재료의 무게감을 간결한 선적 조형으로 치환, 시대를 넘어 동시대 울림으로 다가온다. 드로잉에 가까운 유기적 혹은 기하학적 구조는 조각의 본질을 새롭게 사유하게 만들며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전국광의 실험적 조각 세계를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현대조각사에서 충분히 연구되지 못한 그의 작업을 다시 평가하고, 후속 연구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평일(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하며, 도슨트 해설은 매일 오후 2시에 운영된다. 무료.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