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은행 자금을 부동산에서 기업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의 주식·펀드 투자 부담을 완화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작 기업대출을 직접 지원할 자본 규제 완화는 빠져 있어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주담대 규제 강화로 기업대출 유도
금융위원회가 19일 발표한 ‘생산적 금융 전환’ 방안의 핵심은 은행 자금 흐름을 부동산에서 첨단산업 등 기업 부문으로 돌리는 작업이다. 은행의 중개 역할을 강화해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자본 규제 체계를 조정했다.
구체적으로 주담대 위험가중치(RW)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했다. 은행은 대출 실행 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일정 비율의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데, RW가 높을수록 자본 확충 부담이 커져 신규 대출 유인이 줄어든다. 정부는 “신규 주담대가 약 27조원 줄고, 그만큼 최대 73조원의 기업대출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
◇기업대출 직접 지원책은 빠져
하지만 은행권은 이번 조치를 간접적 유도책에 그쳤다고 본다. 기업대출의 RW는 평균 75%로 주담대의 3배 이상이다. 위험도가 높아 은행이 쌓아야 할 자본 부담이 큰 탓에 기업대출 확대는 여전히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선 기업대출 자체의 RW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이전에도 위험가중자산 산정 완화를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의 체질 개선을 이끌려면 직접적 자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스크 단독 부담…완충장치 시급
은행들은 이미 고금리와 환율 불확실성, 대출 총량제, 6·27 대책 등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누적돼 있다. 수익성 방어가 절실한 상황에서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로의 전환이 안전장치 없이 감당할 체력이 있는지는 물음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일부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는 보증 정책 등 최소한의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성공 열쇠는 ‘직접 규제 개선+리스크 분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은 산업 육성과 은행 체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하지만 기업대출 자체에 대한 규제 완화와 리스크 분담 방안이 빠진 채로는 정책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조정, 정부·공공기관의 보증 확대 등 직접적 자본 규제 개선과 위험 완화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자금 흐름 전환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생산적 금융의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정부가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와 책임 분담 전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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