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숙련자 고용에 썼나 임금·노동조건 등 확인
비자 발급 고삐에 '아메리칸 드림' 흔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H-1B 비자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기존 H-1B 비자를 악용한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H-1B 비자 프로그램을 남용하는 고용주에 대한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숙련 전문직을 위한 비자 H-1B를 비용 절감 목적으로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쓰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고숙련 일자리는 미국인들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H-1B 남용을 근절하고 고용주들이 채용 과정에서 미국인 노동자를 우선하도록 하기 위해 '프로젝트 방화벽'(Project Firewall)을 시작한 이유"라고 적었다.
미 노동부가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1990년 H-1B 비자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법적 기준에 부합하는지 고용주를 적극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가 확인될 경우 고용주는 일정 기간 H-1B 프로그램 이용이 금지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9일 H-1B 신규 발급 수수료를 기존 1천달러(약 140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4천만원)로 100배 인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에 이어 나왔다.
미 하워드대 론 히라 교수는 WP에 "H-1B 프로그램은 사실상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며 "그들은 임금, 근로조건을 조사할 수도 있고 관련 서류를 검토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을 잘못 분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H-1B 비자를 많이 보유한 기업 중 하나인 인포시스, 타타, 코그니전트와 같은 정보기술(IT) 아웃소싱 기업들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미 테크·금융업체뿐만 아니라 의료계, 제조업체, 대학 등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1B 비자 소지자들 역시 미국 내 체류와 고용이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70% 이상은 인도 출신이며, 나머지는 중국, 필리핀, 캐나다 등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의 H-1B 수수료 인상 정책으로 기업들이 외국인 고용을 꺼리면서 미 영주권 취득 및 '아메리칸 드림'으로 가는 길이 막힐까 봐 우려하고 있다는 인도 내 분위기를 전했다.
H-1B 비자는 인도에서의 긴 근무 시간과 낮은 급여, 대기오염, 혼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경력을 쌓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도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비자였다고 FT는 설명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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