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점점 성장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포브스의 'Global 2000' 통계를 토대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사이 미국과 중국 기업의 수는 급격히 늘어난 반면, 한국 기업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공개된 해당 보고서에 따르 2025년 기준 글로벌 2000대 기업 안에 들어 있는 국내 기업 수는 약 61개로 집계됐다. 10년 전보다 오히려 숫자가 줄어든 셈이다. 반면 미국 기업은 같은 기간 575개에서 612개로 6.5% 늘었고, 중국 기업은 180개에서 275개로 무려 52.7%나 증가했다.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약 6.1% 감소했다.
매출 기준으로 봐도 미국과 중국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기업들의 총 매출은 1조5,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약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은 11조9,000억 달러에서 19조5,000억 달러까지 63% 성장했고, 중국은 4조 달러에서 7조8,000억 달러로 95%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 중국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는 뜻이다.
이처럼 숫자만 놓고 볼 때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를 겪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실제로 글로벌 500위권 안에 들어가는 국내 기업은 많지 않고, 대부분이 그 아래 순위에 머물러 있다. 상위권에 신규 진입한 기업의 비율도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이제는 기업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규모 확대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정책을 집행할 때는 '성장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에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하고, 규제도 사전 통제식보다는 사후 제재로 방향을 바꾸며, 규모나 계층보다는 산업별로 특성을 반영하는 규제 체계로 바꿀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과 중국처럼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신생 기업들이 등장해야 산업 생태계가 활력을 되찾는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새로운 기업이 나올 확률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환경만 고집하면 혁신과 도전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글로벌 2000 순위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 자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그 비중과 위상, 성장 속도 면에서는 약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국내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톱클래스'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한 숫자 늘리기에 그칠 게 아니라 질적 성장과 혁신, 정책 환경 전환까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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