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이광재 명지대 석좌교수(전 국회 사무총장,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인공지능(AI)시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산업화·민주화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성장주의만 좇던 시대는 끝났다”며 국민 삶의 지표를 바꾸는 ‘인간화 시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주거비·교육비·의료비 부담이 여전히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은 청년 세대를 옥죄고, 사교육비는 연간 40조 원에 달하며, 의료비 역시 가계 부담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률 지표가 높아도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제는 국민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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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AI, 한국 경제의 성패
그의 해법은 명확했다. AI를 한국 사회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제조업·교육·의료·도시·문화·연금에 걸친 국가 전략을 차례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세계 4위 제조 강국이지만, AI와 로봇을 붙이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는다. 노동·복지·교육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로봇 자동화를 앞세워 제조업을 재편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한국이 공장을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지 못하면 국가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 농사를 짓는 로봇, 산 위 쓰레기를 줍는 로봇까지 등장했다. 이 변화와 노동자의 삶을 함께 설계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갈 길을 잃는다”고 말했다.
교육 혁신, EBS와 AI의 결합
이어 교육 문제를 짚었다. 그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아이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대통령이 댐을 지어주는 게 아니라, EBS와 AI 플랫폼을 개통해 주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이를 AI와 결합한다면 단숨에 글로벌 교육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비 부담 해소와 함께 한국이 ‘디지털 교육 수출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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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혁신, AI 주치의
의료 분야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건강보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주치의를 가장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무한 상담, 저비용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보유한 건보·심평원 데이터와 세계적 의료 수준을 결합한다면, 원격 상담과 AI 기반 의료 서비스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시 재설계, 콤팩트 시티와 도시 OS
도시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는 도시의 OS(운영체제)를 주도하는 자가 미래를 이끌게 된다”며, 주거·교육·의료·문화·일자리가 결합된 콤팩트 시티 모델을 제안했다.
“아파트 단지 하나가 곧 도시가 된다. 이것이 미래 산업이고, 미래 도시”라며, 기존 인프라가 AI와 결합해 작은 단위로 재편되는 미래상을 그렸다.
문화·콘텐츠, 스토리 거래소
그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스토리’에서 찾았다. 그는 “스토리 자체가 가장 강력한 콘텐츠 자산이다.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스토리 거래소를 만들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 IP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음악·드라마 등 모든 콘텐츠가 스토리를 기반으로 확장되는 만큼, 한국이 스토리 거래소를 선점한다면 유튜브, 넷플릭스와 경쟁 가능한 글로벌 플랫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 평생연금제
마지막으로 ‘국가 평생연금제’를 내놓았다. 그는 “출생 시 1억 원을 펀드에 넣어주면, 20세 청년은 도전할 자본을 얻고, 65세 노인은 안심할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도전과 안심이 함께 가는 사회적 자산 사다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 7% 성장률을 가정한 국부펀드 장기 운용 모델로, 청년에게는 창업·도전의 기회를, 고령층에게는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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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질문에도 단호한 답변
강연 이후 쏟아진 질문들에도 그의 어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좌파냐 우파냐를 묻는 질문에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인용해 “정치의 본질은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중산층 경제가 안정되고 정치적 자유가 살아 있으면 체제는 어떤 형태든 존속할 수 있다. 좌파냐 우파냐가 본질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는 지적에는 “토지 공개념이 아니다. 싱가포르 모델처럼 국민 주거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연금도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국민이 도전하고 안심할 수 있게 만드는 자산 사다리”라고 반박했다.
기업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AI와 교육, AI와 의료, AI와 바이오는 곧 세계적 비즈니스가 된다. 기업이 혁신을 만들고, 국가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그 결과는 국민 삶의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왜 이런 비전이 실현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에겐 꿈을 키우는 싱크탱크가 없다. 리더의 크기만큼 사회가 진화하는데, 우리는 리더를 체계적으로 키우지 못했다.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큰 조건이 빠져 있는 셈”이라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꼬집었다.
“성장은 국민의 웃음으로 평가받아야”
마지막에 그는 다시 본질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 원리가 아니라,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함”이라며 “AI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는 성장 지표가 아니라 국민의 웃음으로 평가받는 나라다. 도전할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인간화의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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