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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국의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 인상 여파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이 틈을 타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비자 수수료 인상이 기술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뛰어난 인재들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틈새 홍보에 나섰다.
◇“아메리칸드림이 10만달러로 올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의 H-1B 비자 신청 수수료 인상에 대한 한 전문가 말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이 미국 기술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23일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1000달러(약 139만원) 미만이었던 H-1B 비자 신청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3900만원)로 인상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효력은 21일부터 발생했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아메리칸드림의 가격이 10만달러로 올랐다”면서 이번 정책이 광범위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비자 소지자와 갱신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하는 논란이 일자, 백악관은 뒤늦게 ‘신규 발급 비자에만 해당한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의 첨단 기술산업에 변화가 일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신화통신은 미국의 언론 분석이라면서 새로운 비자 정책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같은 외국인 전문 기술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H-1B 비자 프로그램에 의존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미국 시민권·이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승인된 H-1B 비자 신청의 64%가 컴퓨터 관련 직업에 집중됐다. 이어 건축, 엔지니어링, 측량 산업이 10%를 차지하고 교육 관련 직업은 6% 정도다.
중국은 기술 경쟁 중인 미국의 이러한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수 인재들의 중국행을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 비자 정책에 논평하지 않는다”면서도 “중국은 전 세계 각계각층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중국에 와서 뿌리를 내리고 인류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개인의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고급인재 확보 경쟁 나선 국가들
중국은 인공지능(AI), 양자,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기술 개발을 추진하면서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유학생에 대한 비자 발급에 제한을 둘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홍콩 대학들은 유학생 유치에 나섰다. 또 젊은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K 비자’를 10월1일부터 발급하기로 했다. 해외 유명 대학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젊은 외국인 인재를 대상으로 ‘K 비자’를 신설, 10월1일부터 시행한다. 이 비자를 받은 젊은 외국인은 취업과 무관하게 입국·단기 체류·연구·창업 활동이 가능해진다.
미국의 H-1B 비자 발급이 가장 많은 인도의 현지 매체들은 K 비자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인도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중국의 K비자가 젊은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은 최근 미국 비자 사태 후 총리 직속 글로벌 인재 태스크포스(TF)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에게 발급하는 비자 수수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0년 도입된 해당 비자 신청 수수료는 766파운드(약 144만원)다.
중동국가들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인력·아웃소싱 회사인 TASC 그룹의 마헤쉬 샤다드푸리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걸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과 인재 모두 이곳(UAE)으로 이주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인프라, 비과세, 훌륭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추고, AI에 수십억 다럴를 투자하는 가장 성장이 빠른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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