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장외 협상을 이미 진행 중일 것으로 판단하며 "장외에서 서로 얘기하는 것도 협상의 시작이다. 다만 북핵이 한국을 향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못한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 에 출연해 지난 21일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설파한 것에 대해 "북한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중재자 역할을 해 김정은과 트럼프를 연결했는데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오간 친서를 보면 2018년 8월부터 한국을 배제하자는 얘기를 한다"며 "미국과 직접 소통이 이뤄지니까 한국이 필요없다는 것인데 이것보다 지금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의뉴스쇼>
그는 "연설이 꽤 길었는데 전체 연설 중 대미·대남 메시지만 1만 7500자, A4 8장이고 시간은 30분 이상을 할애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대남 관계의 현 주소에 대해 원칙적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얘기했는데 북한의 입장은 명백하다. 미국은 대화하지만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조건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미국과는 마주 서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그 조건은 핵 보유국 인정이라는 점을 짚은 박 교수는 "2018, 2019년에 했던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자신들의 핵 일부를 감축하는 것에 대한 상응 조치, 미국도 그런 필요 조치들을 취하라는 것"이라며 "김정은이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라고 얘기했으면 대화하겠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미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시작했다고 본다. 장외에서 서로 얘기하는 것도 협상의 시작이고 다만 여기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가느냐, 어떤 의제를 갖고 얘기를 하느냐에 대한 입장 차이만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연설에서 '제재'만 5회 언급…부담 느끼는 지점"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연설에서 '제재'라는 단어에 주목하며 실질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적으로 보면 김정은 연설에서 제재 얘기가 총 5번 나온다. 제재가 자신들한테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시간은 자기편이고 제재 풀기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 정도 표현이면 제재가 자신들한테 제일 부담된다는 것"이라며 "미중러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못한다. 비확산 체제의 5개 국가만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그들이 독점권을 누리고 있는데 북한을 인정해 버리면 족쇄가 다 풀린다"고 피력했다.
이어 "북한의 연설을 분석하면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 못할 거라는 건알지만 경제 제재만 풀어달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미국에 대해선 좋은 추억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해선 '두 국가론'까지 주장하며 철벽을 친 것과 관련해선 "북한도 나름대로 국가 전략이라는 게 있지 않겠나. 2023년 12월 8기 9차 전원회의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한 대남 전략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을 향해 민주를 표방하며 보수의 탈을 썼던 정권을 붕괴시키고 우리는 당신들과 전혀 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고 통일도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쭉 견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핵 동결' 주장엔 "동결과 중단은 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영국 BBC 인터뷰에서 북한이 매년 15~20개 핵무기를 추가 생산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핵 동결을 "임시 긴급 조치이자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선 "아직 정부가 정확하게 얘기를 하지 않아 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핵은 동결, 축소, 폐기가 있고 또 하나는 중단, 군축, 완전한 비핵화라고 얘기하는데, 이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쓴 표현은 중단이 맞다. 동결과 중단은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동결은 프리즈라는 표현이고 비핵화에서 늘 쓰는 표현이다. 단순 동결이 아니라 동결 대상을 지정하고 진짜 동결이 되는지 검증을 해야 한다. 반면 중단이라는 것은 선언적 의미도 가능하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핵 중단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가 제일 우려하는 것은 정말 안타깝게도 북한의 핵 문제는 이제 우리 문제다. 북한이 부과하는 핵에 대한 위협의 대부분은 한국을 향해 있고 우리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과 그 대화를 못하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날 가능성이 있는데 거기에 한국은 배제된다. 지금은 한미가 같은 페이지에 있도록 하는 노력이 훨씬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APEC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만남 가능성에 대해선 "조심스럽긴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9년 6월 판문점 깜짝 회동과는 달리 김정은을 초청하더라도 김정은이 아무런 조건 없이 나올 수 없고, 결정적으로 이번 APEC은 미중이다. 미중의 담판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킬 텐데 김정은까지 포함되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다만 북미 관계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대화는 어떤 형태로든 있는 게 좋다. 다 막혀 있는 상태기 때문에 설사 대화를 해서 얼굴을 붉히고 헤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어떤 형태로든 대화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애 오빠 존재 확인 안 돼…동생 성별 불확실"
중국 전승절에 동행한 딸 김주애에 대해선 "강력한 후계자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100% 정해졌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지만 강력한 후계자라고 얘기하는 게 맞다. 김주애가 2013년생이고 2010년생 남아가 하나 있다고 하는데 국가정보원도 확인이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김주애 오빠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입장이고 2017년 생 자녀의 경우 남자인지 여자인지 성별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국정원이 현재 오빠의 존재도, 동생의 성별도 정확히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김주애가 명백하게 후계 구도 모습들을 연출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게 맞다. 대표적인 게 전승절 9월 3일 기차 내렸을 때 김정은 바로 뒤에 김주애가 섰다. 2인자라는 서열을 정확하게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군부 중심 통치 체제에서 여성이 최고 지휘자가 된다는 건 아직 어렵다는 일각에 주장에 대해선 "그 의견도 뭐가 맞다고 얘기는 하기 힘들다"며 "북한이 방중 갔다 오자마자 바로 하루 만에 기록 영화를 내보내는데 거기에 김주애가 4번 나온다. 베이징역 말고도 북한 대사관 방문, 열차 안, 평양에 도착했을 때도 또 (김정은)바로 뒤에 따라 나온다"며 현재로선 김주애를 후계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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