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 등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전격 구속됐다.
김건희씨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통일교가 연루된 '정교유착'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학자 구속…"권성동이 수사정보 전달" 수첩 내용 결정적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22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우려,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해 5시간가량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뒤 이날 새벽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한 총재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다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고 주장하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특검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조사 과정에서 2022년 10월 3일 권성동 의원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씨에 알리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즉, 한 총재의 비서실장 수첩에서 '한학자-권성동'의 커넥션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가 제시된 것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전 실장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정 부장판사는 "주된 공동범행 혐의들의 경우 공범일 수 있다는 강한 의심은 든다"면서도 "의사결정과정과 의사결정권자, 범행의 구체적 내용과 실행행위자 등을 고려하면 공범임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 영장 발부 후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탁 및 금품 전달 등 4개 혐의 소명…'통일교 게이트' 수사 급물살
이날 법원은 통일교 교단 현안 청탁 및 금품 전달 등 4개 혐의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통일교의 커넥션과 관련한 이른바 '정교 유착' 의혹 수사에 탄력이 붙게 됐다.
한 총재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윤영호 전 본부장을 통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며 통일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통일교에서 권 의원에게 건넨 불법 정치자금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4~7월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거쳐 김건희씨에게 다이아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전달하며 교단의 현안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받는다.
통일교가 청탁한 현안 사업은 제5 UN사무국 한국 유치, 아시아태평양 유니언 설립을 위한 캄보디아 메콩피스파크(MPP) 사업,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설치 등이다. 김건희씨의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통일교 사업 관련해 언급한 부분도 적시돼 있다.
또한, 김씨에게 건넨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포함된다.
아울러 2022년 10월 자신의 600억 원대 불법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통일교인 11만명 입당'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의혹 수사 임박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이다.
개인의 자유의사에 반해 특정 정당 가입을 강요하면 정당법 위반이다. 한 총재 구속으로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외부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여명 규모의 국민의힘 당원 명단을 확보했다.
다만, 이들의 가입 시기나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여부를 가려내는 작업 등이 필요해 영장심사에서 그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당원인 통일교 신도들을 대상으로 교단 측으로부터 정당 가입 강요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전망이다. 가입 시기나 투표권이 있는 책임 당원 여부 등을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與 김병기 "국힘-통일교 유착 중대범죄…끝까지 진상규명·단죄"
野 박정하 "자체적으로 걸러내는 작업 필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3일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 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된 것과 관련, "특검은 정교 유착 국정농단의 실체를 끝까지 밝혀주시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재는 국민의힘과 통일교 간 정교 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 총재는 통일교의 현안 청탁을 위해 김건희와 권성동 의원에게 고가 선물과 현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헌법이 명시한 정교 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신천지 유착 의혹도 계속 점증하고 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단죄를 통해 다시는 헌법과 민주주의가 유린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날 MBC라디오에서 통일교 신자들의 조직적 국민의힘 당원가입 의혹 등에 대해 수사와 관련없이 한번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당원서에)종교가 무엇인지는 건 안 써도 되지만 추천인란이 있기 때문에 만약에 특정 시점에 집단으로 어디선가 가입이 됐다면 그럼 숫자가 나올 것"이라며 "그 다음에 추천인도 나올 거고 그다음에 어느 시도당에서 집중적으로 모였는지, 특이한 점이 있으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조직적 가입이 있었다면) 한번 걸러내는 작업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안에 보면 이중 당적자들도 있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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