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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인문 예술학교인 데이비슨 칼리지는 개강 직전까지 수십 명의 신입 유학생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 대응에 나섰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생별 상황을 매일 점검하며 다른 국가에서 영사관 예약을 잡거나 추가 서류를 지원하도록 돕는 등 밀착 관리를 했다. 그 결과 케냐, 인도, 한국 등 출신 신입생 대부분이 8월 개강에 맞춰 입국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대학들은 상황이 악화됐다. 세인트루이스대학은 올해 가을 유학생 수가 전년 대비 45% 줄어 1900명에 불과하다. 특히 대학원생의 급격한 감소세가 나타났다. 애리조나주립대는 미국 공립대 중 유학생이 가장 많지만 올해 500명가량 줄었다. 신시내티대학 역시 대학원 유학생 수가 25% 감소했고, 버펄로대학도 대학원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줄며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타격이 컸다. 다만 프린스턴, 코넬, 라이스, 칼텍 등 일부 명문대의 유학생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미 국무부는 유학생 비자 심사를 강화하며 중국 학생들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5월 중국 유학생을 특별히 언급하며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경쟁 정보를 중국으로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비자 초과 체류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란·아프가니스탄·아이티 등 19개국에 대한 광범위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미국행 비자가 차단된 상황이다.
버몬트 대학교에서 화학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비자를 받으려던 이란 시민권자 엘함 샤미리는 “우리는 연구에 전념하는 학생일 뿐”이라며 “우리는 정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테러리즘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샤미리와 다른 수백 명의 이란인들은 정치인들에게 입학 제안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예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감소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미국 내 기술직 일자리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해외 학생들의 이공계 석사 과정 지원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버펄로대 관계자는 “비자 문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급격히 늘린 석사 과정에 대한 수요가 식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파장을 우려한다. 미국이 유학생들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국가로 인식되면서 앞으로 우수 인재 유치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이다.
웬디 울포드 코넬대 국제업무 담당 부총장은 “미국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유학지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다른 국가 대학들이 이 틈을 타 우수 학생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미국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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