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혁신기업 육성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산업 혁신 동력을 책임지는 중견·중소·스타트업·벤처기업은 한국 산업의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국내 산업 혁신 지표를 형성하고 경제 역동성 엔진 역할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리스크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대한민국 제조업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출범시킨 ‘제조 AX(M.AX, Manufacturing AX) 얼라이언스’는 침체된 제조업에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을 접목해 2030년까지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이 거대한 협업 생태계에는 SK,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포함해 1000여개 기업, 연구기관,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핵심 로드맵 최전선에 서 있는 작은 거인, 로봇용 센서 전문기업 에이딘로보틱스가 주목받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분야의 핵심 센서 기업으로 얼라이언스에 공식 합류했다. 이번 참여는 지난 4월 산업부가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에 이어 두 번째다.
에이딘로보틱스가 로봇 부품 분야의 유일한 센서 기업으로 연속해서 국가 전략 프로젝트 핵심 축에 포함된 것은 이들의 기술력이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에이딘로보틱스에 안정적인 수요처를 제공하며 기업의 미래 가치를 크게 높이는 결정적 동력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에이딘로보틱스는 2019년 11월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내 ‘로보틱스 이노베토리(Robotics Innovatory)’ 실험실에서 탄생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다. 1995년부터 축적된 로봇 필드 센싱 기술을 바탕으로 오랜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창업 초기부터 에이딘로보틱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 지원 프로그램과 민간 투자를 연이어 유치했다. 2020년 경기도 로봇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2021년 민간투자 연계형 사업화 과제에 선정되며 기술을 사업으로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최대 규모 ICT 융합 전시회인 CES를 방문해 자체 센서 기술이 해외 기업들에게도 필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사업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처럼 에이딘로보틱스는 단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20여 년간의 깊이 있는 연구와 기술적 검증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출하며 안정적인 성장 서사를 구축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과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힘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감각'이 필수적이다. 마치 사람이 피부나 관절을 통해 자극을 감지하듯 로봇은 힘·토크 센서를 통해 외력과 상호작용하는 힘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반응한다. 에이딘로보틱스는 바로 이 핵심 기술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프린지 이펙트(Fringe Effect)'를 접목한 독자적인 정전용량 방식의 힘센싱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기 용량의 미세 변화를 감지해 작은 힘과 토크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기존 정전용량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특장점은 센서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별도의 증폭기 등 추가 장비가 필요 없는 '올인원 타입'으로 설계돼 로봇의 관절, 그리퍼, 손목 등 제한된 공간에 쉽게 내장할 수 있다. 또한 외부 노이즈에 강한 설계와 온·습도 보상 알고리즘을 탑재해 외부 환경 변화에도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출력할 수 있다.
로봇 산업 대중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다. 로봇의 ‘감각’을 책임지는 힘·토크 센서는 해외 선도 기업인 미국 ATI와 일본 와코 테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의 가격은 대당 500만~1000만원에 달한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이 문제를 제조 혁신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했다.
기존 고가 센서들은 복잡한 필름 부착 및 본딩 작업이 필요해 수작업 의존도가 높고 대량 양산이 어려웠다. 국내 경쟁사 역시 정전용량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미세한 간극 조정을 위해 복잡한 전극 배치와 필름 부착 공정을 거치고 있다.
반면 에이딘로보틱스는 단순 조립만으로 센서가 완성되는 구조를 구현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단순화된 공정은 대량 양산을 용이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해외 기업 대비 압도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런 전략적 접근은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을 넘어 로봇의 가격 하락 추세에 직접적으로 부합해 시장 흐름과 수요에 정확히 대응하는 비즈니스 모델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부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센서 기술을 활용한 로봇 자동화 솔루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고객사가 센서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통합 키트는 로봇 제조사가 즉시 센서값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 시장 진입을 가속화했다.
솔루션 확장 전략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용접, 폴리싱 등 정밀 작업 분야에 센서를 공급하며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와 같은 국내 주요 로봇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의 AI 팩토리 사업 전문기업으로 선정돼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핵심 제조 분야로 솔루션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물류 분야에서도 CJ대한통운과 물류용 로봇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거대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업적 파트너십 외에도 에이딘로보틱스의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유효하다는 ‘검증’의 의미를 갖는다.
에이딘로보틱스는 한 발 더 나아가 초소형·초경량 센서의 강점을 살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일환인 수술 보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도 참여하며 헬스케어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의료기기 품질 기준(GMP)을 충족하는 의료용 로봇 핸드를 개발 중이다. 에이딘로보틱스가 부품 판매에서 진화해 새로운 형태의 고성능 플랫폼 사업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로봇업계 전문가는 “에이딘로보틱스는 기술 전문성과 제조 혁신, 그리고 이를 융합해 가격 경쟁력까지 이끌어내면서 점유율과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차세대 힘센싱 기술로 로봇의 핵심을 선점한 에이딘로보틱스는 기술을 넘어 솔루션으로 진화하면서 어느 분야에나 로봇 기술이 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성공적인 시장 확장의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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