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조건부 북미대화' 의향 관련 미국 전문가들 평가
"경주 APEC때 DMZ 약식회동후 내년초 베이징서 정식회담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송상호 특파원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한 북미대화 의향을 피력한 것과 관련, 북미대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비핵화 논의를 배제하자는 북측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 경우 한국의 안보상 부담이 커질 것으로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으며,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김 위원장의 지난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로 미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려는 의지는 확인됐다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일치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르면 오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 대리는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궤도에 올라 있으며, APEC 정상회의 때 또는 그 즈음에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그때가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는 내년 초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의사가 있다는 가장 명확하고도 직접적인 신호"라면서 "APEC 기간 비무장지대(DMZ)에서 약식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본격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APEC 북미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기로 했으며, 내년 초 자신이 중국을 방문하는 데 합의했다고 지난 19일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 이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더라도 그 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거나, 장기적 관점에서 비핵화를 추구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제가 '비핵화'에 얼마나 밀접하게 묶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1기를 포함한 역대 정부를 관통해온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적 정통성을 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한국석좌는 "미국은 비핵화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장기적 목표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리스크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비핵화 문제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정전 상태를 종식하는 평화 협정에 초점을 맞추는 데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학술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을 기반으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행동하는 편"이라며 "그는 이미 북한을 핵국가(Nuclear Power)로 일컬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이미 '비핵화'를 거부한 상황에서 이를 명시적 의제로 상정하는 회담을 고집하기보다는, 북한의 핵 보유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형태의 '거래'를 모색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랩슨 전 대사 대리는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완의 과제'이며, 그가 노벨평화상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최대의 모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 한국석좌는 "진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무엇을 제안할 것이냐"라고 말했다.
크로닌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보다는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에 집중하기로 김 위원장과 합의할 경우 "한국은 커져가는 핵 위협에 스스로 대처해야 하고, 더 큰 비용과 부담을 짊어지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남북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북미 관계의 진전에 한국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국이 평양에 관여할 수 있는지는 북미 양자 회담과,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여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 남북 대화를 일축했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2017년에도 한국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같은 방식으로 대했지만, 이후 2018년 남북 관계가 개선돼 문 당시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이어졌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와 관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그건 북미 회담이 실제로 열리고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학술부장은 "이 대통령이 '임시적 비상조치'로 북한 핵동결에 수용적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 없이 북미 회담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 기록영화가 소개한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돌아봤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20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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