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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일상화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디지털 전환 등과 같은 에너지 수요 폭등을 가져오는 문명의 고도화를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 수급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성이 아닌 이성, 신념이나 이념이 아닌 과학을 기반으로 에너지 대전환 시대의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자력은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과학적 답안 중 하나다. 원자력 에너지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 그리고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당한 국가에서 선택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자력 에너지가 갖고 있는 안전성 그리고 사용 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해법이 충분한 보편성을 갖지 못해서다.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지도 이제 70년을 넘어 머잖아 100년에 이르게 된다. 많은 산업분야가 상전벽해로 변화했다. 매일 접하는 자동차 그리고 집안에 놓여 있는 TV, 냉장고, 세탁기를 보면 그 변화를 크게 실감할 수 있다. 안전규제라는 인허가 시스템에 기반해 설계·건설·운영하는 원자력 발전 시스템의 한계일 수도 있으나 수십 년 원자력산업 현장에서 경험한 전문가에게 세월의 변화가 가져온 기술의 혁신이 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일반인이 느끼는 안전성과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해법은 감흥이 있을 수 없다.
기후 재해가 사건의 지평선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원자력의 역할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70년간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는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미래 예측자료로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최근 들어 팔란티어가 많이 회자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작은 정보를 연결해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하게 한다’라는 팔란티어의 예측 방식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원자력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용 후 핵연료 문제도 대중에게는 묻지도 않고 오로지 지하 깊숙이 매립하는 방식만을 고집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안전성과 고준위 폐기물 문제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을 제안하고 국제 포럼을 형성한 지도 4반세기가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의 시장 진입은 요원하기만 하다.
기후 재해는 원자력을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있고 그 결과 원자력의 르네상스가 머잖아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안전의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고 사용 후 핵연료 문제의 해법이 대중적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후 위기와 함께 원자력은 헤어날 수 없는 깊은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다. 원자력을 통한 기후 재해 극복을 위해 원자력 전문가들의 혁신적 발상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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