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재가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범죄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검사 수사 역사상 종교의 수장이 구속된 것 역시 처음이다.
다만 같은 날 구속심사가 진행된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영장이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공범임에 대한 소명 부족과 책임 정도에 대한 다툴 여지, 방어권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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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 1억원·명품 제공 혐의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등 4가지 혐의를 받는다.
먼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 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했다. 이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가 적용됐다. 또 통일교 자금으로 국민의힘 광역시도당 등에 총 2억1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도 받는다.
2022년 4~7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 특검팀은 이를 ‘8000만원대 청탁용 선물’로 보고 있다. 이 금품을 마련하기 위해 교단 자금을 사용한 업무상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도박 의혹 수사와 관련이 있다. 권 의원이 윤 전 본부장에게 경찰 수사 동향을 전달하며 “자금 출처가 문제된다”고 알려주자 관련 자료 파기를 지시한 혐의다.
◇5시간 영장심사…“정치 몰라” 최후진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5시간에 걸쳐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됐다.
특검팀은 통일교 의혹 수사를 주도한 수사팀장을 포함한 검사 8명을 동원했다.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420쪽 분량의 의견서와 22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제출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3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가 권 의원 구속 직전에야 자진 출석한 점을 지적했다. 통일교 지휘부와 신도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한 총재 측은 변호사 14명이 영장심사에 출석했다. 83세 고령에 최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한 총재의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혐의 사실은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한 총재는 영장심사 최후진술에서 “내 식구였던 사람이 일을 벌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돼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특검에 출석해 모두 진솔하게 말했다”며 수사 협조 의지를 밝혔다.
이어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며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며 “한국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모른다. 정치인에게 돈 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소련 크렘린궁에서 강연하고 북한 김일성과도 만났다며 자신의 종교적 활동을 설명하기도 했다.
◇통일교 신도 집단 입당 의혹 추가 수사 탄력
한 총재가 구속됨으로써 김건희 특검팀의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신도들을 집단으로 당원 가입시킨 의혹을 수사 중이다. 권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지원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원 명부 관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 당원 중 통일교 신도 약 12만명의 명단을 확보한 상태다. 이 의혹은 이번 구속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본격 수사될 예정이다.
한 총재는 2022년 2~3월 경기 가평군 천정궁에서 권 의원을 두 차례 만나 현금 쇼핑백을 전달한 추가 의혹도 받는다. 한 총재는 “100만원 상당의 세뱃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번 한 총재 구속으로 통일교 청탁 로비 의혹 핵심 인사들의 신병을 대부분 확보했다.
앞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구속기소됐다. 김건희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차례로 구속기소됐고, 권성동 의원도 지난 16일 구속됐다.
특검팀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김건희 여사에게 김상민 전 부장검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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