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은 23일 오전 “한학자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발부 사유는 증거인멸 염려”라고 밝혔다. 이어 “정원주 전 총재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며 “기각사유는 공범임에 대한 소명부족, 책임정도 등에 대한 다툴 여지, 방어권 보장”이라고 설명했다.
|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업무상 횡령 혐의와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 수사에 대비해 윤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해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5시간 영장심사 끝에 구속영장 발부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시30분부터 5시간에 걸쳐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심사는 오후 6시30분께 종료됐다.
특검팀은 통일교 의혹 수사를 주도한 수사팀장을 포함한 8명의 검사를 영장심사에 동원해 총력전을 펼쳤다. 특검팀은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420쪽 분량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심사에선 220쪽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법원을 설득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앞서 3차례 소환 통보에 불응했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돼서야 임의로 조사에 나온 점 등을 고려할 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83세로 고령인 데다 건강 악화로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으며,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측의 청탁 행위는 윤 전 세계본부장의 개인 일탈이었고 한 총재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내 식구가 일 벌여 송구하다” 최후진술
한 총재는 영장심사 말미 최후진술에서 “내 식구였던 사람이 일을 벌여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돼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는 특검에 출석해 모두 진솔하게 말했다”며 “내가 책임자니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향후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한 총재는 또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며,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며 “소련의 크렘린궁에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하늘의 섭리를 강연하고, 북한의 김일성과도 만났다”며 자신의 종교적 활동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했다. 혐의 사실은 대체로 부인하면서도 향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원주 전 비서실장 구속영장은 기각
한편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공범임에 대한 소명 부족과 책임 정도 등에 대한 다툴 여지, 방어권 보장을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총재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의 공범으로 언급됐다.
한 총재가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범죄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원에 출석했으며,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