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선선해지고 저녁 공기가 차가워지면 항구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두껍게 깔린 소금 위에서 갓 잡은 새우가 구워지는 소리와 고소한 향이 골목을 채우고, 기다림 끝에 나온 새우를 머리째 바삭하게 씹는 순간 계절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 바로 대하다. 누구나 들어본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헷갈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활발히 유통되는 대부분의 새우가 양식 흰다리새우라서 대하를 제대로 맛본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다. 가을철 대표 별미로 불리는 대하, 그 정체와 구별법, 그리고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정리해 본다.
가을을 대표하는 바다의 새우
대하는 한국 연안에서 잡히는 대형 새우로, 가을철을 대표하는 해산물 중 하나다. 수온이 내려가는 시기에 살이 단단히 오르고 지방이 축적돼 맛이 깊어진다. 외형은 흰다리새우와 유사하지만 자연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대하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이 높고, 잡히자마자 죽는 특성이 있어 신선한 상태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시장에서 자연산 대하를 만나기란 쉽지 않고, 가격도 두세 배 이상 비싸게 형성된다. 과거에는 가을철 항구와 시장에서 대하를 손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원량이 줄어들어 양식 흰다리새우가 시장을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에 ‘대하 축제’가 열릴 만큼 사람들의 선호는 여전하다.
대하는 가을 수온 변화에 맞춰 몸속에 영양이 축적돼 감칠맛이 강해지고, 소금구이로 익혔을 때 바삭한 껍질과 고소한 머리, 통통한 속살이 어우러지는 맛이 압권이다. 그래서 가을철 술자리 안주, 가족 단위 나들이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또한 대하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지방이 적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새우 껍질에는 키토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머리와 내장에는 아스타잔틴이 함유돼 있어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미네랄인 칼슘과 인도 풍부해 뼈에 좋고, 타우린 성분은 피로 해소에 이롭다. 그래서 가을철 대하는 맛뿐 아니라 몸에 좋은 성분까지 갖춘 해산물로 평가된다.
흰다리새우와 헷갈리기 쉬운 이유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겉으로 보기에 비슷해 소비자들이 헷갈리기 쉽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확실한 구별법은 꼬리 색깔이다. 대하는 꼬리에 녹색 빛이 감도는 반면, 흰다리새우는 붉은색이 두드러진다.
수염과 더듬이 길이도 차이가 있다. 대하는 보통 몸통보다 긴 수염을 가지지만 흰다리새우는 짧다. 또 이마뿔이라 불리는 이마 돌기도 중요한 구분점이다. 대하는 코끝보다 길게 뻗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흰다리새우는 상대적으로 짧다.
다만 유통 과정에서 수염이나 이마뿔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어 이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격과 판매 방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살아 있는 상태로 판매되는 새우는 대부분 흰다리새우일 가능성이 크다.
자연산 대하는 유통 도중에 쉽게 죽어버리기 때문에 활새우로 접하기 힘들다. 또한, 같은 크기 기준으로 자연산 대하는 흰다리새우보다 두세 배 이상 비싸다. 소비자가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오인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제대로 즐기는 가을 대하 맛
가을 대하를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은 소금구이다. 굵은소금을 팬에 두껍게 깔고 새우를 겹치지 않게 올린 뒤 뚜껑을 덮어 찌듯이 구우면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게 익는다. 특히 머리 부분에는 고소한 내장이 농축돼 있어 술안주로 제격이다.
구이를 할 때는 불 조절이 중요하다. 센불에서 오래 구우면 껍질이 타고 속살이 마르기 쉽다. 중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게 좋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손으로 직접 까먹으며 웃음을 나누는 풍경은 가을철 항구나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하는 구이 외에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맛볼 수 있다. 찜으로 하면 본연의 감칠맛이 진하게 살아나고, 탕에 넣으면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회로 먹는 경우도 있지만 신선도 확보가 어려워 드물다. 최근에는 버터구이나 튀김 등 현대적인 조리법도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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