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디지털 혁명과 에너지 전환, 신산업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주제로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9주년 연례정책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IPCC는 유엔 산하의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회의(UNEP)가 공동으로 만든 협의체다. 각국에 기후변화 관련해 과학적, 기술적, 사회경제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가 유명하다.
이회성 전 회장은 세계 에너지 경제학회 회장,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미국 에너지부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에너지·기후변화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한국전력(015760),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CF연합(Carbon Free Alliance)의 초대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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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의장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끈질긴 화석 에너지 퇴출 압력에도 현재 화석 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78%를 담당하고 있다”며 “값싼 연료인 화석 에너지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를 퇴출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어떤 업종을 퇴출한다’고 하면서 중요한 시간을 흘려보냈다”며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석연료 퇴출 같은 이분법적 접근은 결국 ‘한쪽의 이익은 다른 쪽의 손해’라는 제로섬(Zero sum) 게임으로 귀결된다”며 “어떤 에너지나 업종을 퇴출시키려는 접근법으로는 기후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이 전 의장은 “이제는 에너지의 관점에서 기후 문제를 보는 게 필요하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논의할 때도 나라별로 역사적 배출량, 경제발전 수준, 국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배출량은 지금이 아니라 과거부터 배출한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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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전 의장은 미래 에너지 대책을 고민하면서 중국 리스크와 인공지능(AI) 찬스를 함께 볼 것을 주문했다. 이 전 의장은 중국 리스크 관련해 “중국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시장이 중국에 너무 편중돼 있어 공급망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고 꼬집었다. 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더라도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지 않도록 우리 기업들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 의장은 AI 관련해서는 “AI 덕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지금은 기업들이 얼마나 탄소를 절약하는지 제품 관련 리포트를 쓰느라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탄소 흐름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AI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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