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이주민’ 환대와 적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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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이주민’ 환대와 적대 사이

경기일보 2025-09-22 18:58: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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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라는 지명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이곳이 백제 시조 비류와 온조의 어머니 소서노가 발을 들인 자리라는 일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소서노는 한반도의 첫 정치적 난민이었고, 그녀의 아들들은 오늘날 말하는 ‘중도입국 자녀’였다. 이렇게 인천은 고래로 이주민을 품어온 도시였다.

 

오늘날 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전국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이주민들이 살아간다. 외국인 주민은 이미 전체 인구의 6%를 넘었고, 일부 지역은 10%를 초과한다.

 

연수구 함박마을의 몇몇 초등학교에서는 학급 절반 이상이 이주 배경 아동이다. 골목과 시장, 공장과 학교에 다국적 일상이 스며들었지만, 이 변화가 곧바로 이해와 공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낙후 지역에 집중된 주거, 낮은 공공서비스 접근,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열악한 노동 환경은 이주민을 소외시킨다. 여성 이주민은 돌봄 노동과 사회적 고립이 겹쳐 이중의 취약성을 겪고, 이주 배경 학생들은 언어 장벽과 학업 부진, 또래 관계의 소외로 성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여전히 언론과 여론은 이들을 위험 집단으로 묘사하며 차별의 벽을 두텁게 한다.

 

이제 해법은 분명하다. 단순히 문화 차이를 인정하는 다문화주의를 넘어 상호문화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소통과 책임, 참여와 연대를 전제로 한다. 이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도서관과 마을회관을 상호문화 거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언어 교육과 취업 상담, 문화 교류가 같은 공간에서 이뤄질 때 공동체가 자란다. 학교에서도 이주 아동을 특별한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을 넘어서야 한다. 모든 학생이 세계시민교육과 상호문화 감수성을 함께 배울 때 미래가 희망으로 열린다.

 

노동과 주거에서도 기본 권리 보장은 전제돼야 한다. 불법체류 문제 역시 단속 일변도가 아니라 체류 안정화와 권리 보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민 인식의 전환이다. 지역 축제와 공동 프로젝트, 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이주민을 ‘타자’가 아닌 ‘우리’로 인식할 때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

 

인천이 세계적 도시로 성장하는 길은 단순히 항구와 공항의 네트워크에 있지 않다. 이주민과 정주민이 함께 웃고, 일하며, 살아가는 상호문화적 연대 속에서만 가능하다. 상호문화주의는 단순한 포용을 넘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공동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 및 사회적 차원의 환대가 요구된다.

 

칸트의 ‘영구평화론’에서는 낯선 이방인을 최소한 적대하지 않고 맞이해야 한다는 ‘보편적 환대’는 원칙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이주민 문제에 적용한다면 단순히 시혜나 자비 차원이 아니라 권리로서의 환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주민 문제는 더 이상 주변부의 사안이 아니라 인천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 짓는 핵심 과제다. 진정한 국제도시는 다양성을 문제로 여기지 않고 미래를 위한 힘과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우리는 적대가 아닌 환대로 이주민을 대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적대할 것인가, 환대할 것인가. 답은 이미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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