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권한 다툼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신설을 골자로 한 이번 개편안은 명분상 '소비자 권익 강화'를 내세우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권한 축소와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정치권의 반대 기류까지 맞물리면서 제도 도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행 금융감독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3단 구조다. 정부는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추가해, 정책(금융위)–감독(금감원)–피해구제(금소원) 기능을 분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불완전판매·금융사고 발생 시 소비자 권익을 전담하는 전문기관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복·사각지대 우려'를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감독·구제 기능이 분산되면 유기적 대응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피해 구제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분쟁조정권 이관이다. 금융위는 신설 기관으로의 이관을 주장하지만, 금감원은 검사·제재와 분리된 조정 기능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특히 새 금융감독위원회 사무국이 여의도에서 14년 만에 금융위와 다시 '동거'를 시작하면서 갈등은 더욱 가시화됐다. 감독 권한을 둘러싼 긴장 관계가 제도화될 경우, 정책 일관성 저해와 행정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내부 반발도 거세지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직원들은 검은 옷을 입고 집단 시위를 벌이며,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는 소비자 보호를 약화시키는 퇴행적 개악" 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전문 인력 이탈 우려도 나온다. 한 직원은 "권한이 축소된 조직에 남을 이유가 없다"며 "법률·회계 등 전문직 중심으로 이직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는 감독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시장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언론 역시 비판적이다. 한겨레는 "14년 만의 불편한 동거"라며 제도적 갈등 구조를, 한국경제는 "조직 리스크와 사기 저하"를 지적했다. 서울경제는 권한 다툼 프레임에, 경향신문은 야당 반대와 현장 시위를 동시에 조명하며 제도 추진의 난항을 전망했다.
정치권도 비판적이다. 야당은 "권한 분산은 사고 예방과 피해 구제를 모두 약화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개편안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는 소비자 보호 실효성에 달려 있다. 감독 기능이 다원화되더라도 분쟁 해결과 피해 구제 속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기관 간 권한 조정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라며 "새 기구가 만들어져도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하면 소비자 불신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개편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금융당국 권한 지형을 바꾸는 중대 사안이다. 기관 간 갈등과 정치적 변수 속에서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라는 본래 목표가 실현될지, 아니면 권력 다툼에 매몰될지가 향후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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