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2일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에서 열린 ‘경제활동 보호와 법질서 확립을 위한 경제형벌 제도의 혁신과 과제’ 세미나에서 “경제형벌 합리화가 단지 규제 및 처벌완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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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범죄 대책과 경제형벌 대책 구분해야
배 부연구위원은 먼저 ‘경제범죄’와 ‘경제형벌’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범죄 대책은 ‘중대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을 더 무겁게(강화) 하는 것이고, 경제형벌 대책은 ‘경미 행정규제 위반’에 대한 불필요한 형사처벌을 없애거나 가볍게(합리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경제범죄 대책은 거액 사기·횡령·배임,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중대·조직적 범죄를 대상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반면 경제형벌 대책은 단순 신고·보고 누락, 절차 미준수 등 비교적 경미한 행정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것이다.
배 위원은 “경제범죄(큰 범죄)는 강하게 처벌하고, 경제형벌(사소한 실수)은 범죄자로 만들지 않음으로써, 형벌의 무게를 제자리에 놓으려는 지극히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라고 강조했다.
◇과잉 범죄화로 기업활동 위축
현재 경제형벌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 범죄화다. 배 위원은 “2021년 정부의 연구용역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414개 경제 관련 법률에서 총 5886개의 경제형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잉 범죄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그는 “무수히 많은 경제형벌에서 이행확보를 위해 의무불이행 또는 의무위반자에 대하여 행정상의 제재나 다른 의무이행 확보수단이 아닌 형벌을 우선한다면, 제재의 강화로 인해 실효성 확보에 유리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형사사법절차라는 별도의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행정 목적달성이라는 결과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고, 형벌로 인해 전과자도 양산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법규상 과도한 형벌조항들은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우리나라 기업 등에 대한 상대적 투자 매력을 저하시키는 등의 문제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형벌과 행정처분의 역전 현상도 문제
배 위원은 또 다른 문제로 ‘형벌과 행정처분의 역전 현상’을 지적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금전적 이익손실이 중시되는 경제영역에서는 실질적 제재강도의 측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영업취소·정지, 면허취소·정지 처분과 같은 행정제재보다 약한 제재수단으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행정형벌로 규정된 대부분의 벌금형은 법정형 상한이 1000만원 내지 2000만원 내외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벌금형보다 영업취소·정지나 면허취소·정지처분이 일상생활 속에서는 더 강력한 제재수단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과 연계된 시급성…국회 역할 ‘관건’
이번 경제형벌 합리화 논의는 정부 정책과도 직결돼 있다. 배 위원은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과도한 경제형벌로 기업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며 “정부에서는 지난 8월 1일에 ‘경제형벌 합리화 TF’ 제1차 회의를 개최하면서 ‘1년 내 전 부처 경제형벌 규정 30% 개선’이라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배 위원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7건의 개정 법률안은 전부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9건의 개정 법률안은 현재 소관위 접수 중에 있다”며 “현재로서는 경제형벌규정 개선 TF를 통해 검토되어 개정 필요성이 인정된 법안들이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평가 및 논의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정책제언 또한 앞서 살펴보고 소개한 제21대, 제22대 국회에 발의됐던 개정 법률안과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제대로 검토되고 논의되지 않으면, 현재 정부에서 진행 중인 ‘경제형벌 합리화 TF’의 ‘전 부처 경제형벌 30% 개선 추진’ 노력조차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모두의 관심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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