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아내의 휴대전화 연락처 저장 방식 때문에 신호 초부터 갈등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사연을 제보한 30대 A씨는 결혼 발표 당시부터 주위에서 "네가 아내의 성격을 감당하겠냐"는 걱정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아내는 일명 '개복치 성격'으로 작은 일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지만 이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은근히 티를 내는 수동적인 방식을 보였다.
남편을 '내 사랑', '반쪽이'로 저장했다가 기분이 상한 날엔 '메아리'로 바꾸는 식이었다.
아내의 "밥 먹었냐"라는 질문에 A씨가 "밥 먹었어"라고 답장하면 "대답이 메아리 같았다"며 이같이 저장명을 바꿨다.
이후엔 '남의 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이런 별명 저장 습관은 남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까지 적용됐다.
밥값을 잘 내지 않는 직장동료는 '밥도둑', 말이 많은 사람은 '촉새', 아파트 이웃 아주머니는 '족제비', 옆집 남성은 '코끼리', 목소리가 앵앵거리는 주민은 '파리' 등으로 저장해 불렀다.
심지어 아내는 경비원에게 실수로 이웃을 "너구리 아저씨"라고 말해 해당 이웃 귀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A씨는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제발 별명 좀 붙이지 말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이름보다 별명이 입에 쫙 붙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건은 장모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결정적으로 터졌다.
당시 A씨가 휴대전화를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사이 장모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가 "찡찡이가 밥 사줬다며?"라고 말했다.
A씨는 순간 당황해 "장모님 설마 우리 엄마 얘기하시는 거냐"고 물었고 장모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당황했고 옆에 있던 아내는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알고 보니 얼마 전 같이 밥을 먹었던 A씨의 엄마가 발목 수술을 해 아프다고 말한 것을 두고 '찡찡이'라고 저장한 것이었다.
A씨는 "신혼집 전세금도 어머니가 지원해 주시고 평소 반찬이랑 며느리 용돈도 챙겨줬다"며 "앞에선 '어머니 감사합니다' 하더니 뒤에선 온갖 별명을 붙여 조롱하는 듯한 모습에 속상하고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이후 A씨가 아내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냉랭한 태도를 보이자 아내는 "도대체 언제까지 사과해야 하냐"며 "당신은 모르지만 어머니 비위 맞추는 게 얼마나 힘든데. 스트레스 풀려고 그런 거다. 이혼이라도 해줄까"라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한국열린사이버대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이건 수동 공격적인 의사소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불만이나 분노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은근히 표현하는 방식은 결국 상대방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건강한 관계를 위해 직접적이고 명확한 표현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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