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전기차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 강화가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주면서 미국이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점차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석탄을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출 보증을 제공하는 한편, 세제 혜택 축소와 연방 기관의 신규 개발 규제 강화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최근 ▲중서부 송전망 건설을 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 취소 ▲완공 직전의 로드아일랜드 해상 풍력단지 중단 ▲산업 배출 저감 기술 지원금 37억 달러 취소 등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잇달아 중단했다.
이 같은 정책 혼선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MIT와 로듐 그룹에 따르면, 2분기 미국 기업들은 발표된 녹색 제조 프로젝트보다 취소된 프로젝트가 더 많았고, 청정 전력 투자는 전 분기 대비 51% 급락했다. 미국의 환경·경제 정책 옹호 단체 E2는 상반기에만 22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배터리·태양광·풍력 및 기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지연 또는 취소됐다고 집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재생에너지 기술 우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올 들어 7개월 동안 277GW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 용량을 추가 설치했는데, 이는 미국이 2025년까지 모든 전력원에서 예상하는 신규 발전설비 규모의 4배에 달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와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두 기술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WSJ은 "이 격차는 에너지 수요가 막대한 AI 경쟁에서 중국에 큰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에너지 시스템 혁명" 지시 이후, '중국제조 2025' 전략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국가 지원을 집중했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태양광 모듈 제조사 지린코솔라 등은 보조금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23년 중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은 미국산보다 65% 저렴했고,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 수출은 전년 대비 25% 급증한 130만 대를 기록했다. 반면 블룸버그NEF는 미국의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전망치를 지난해 48%에서 27%로 낮춰 양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조나 골드먼 제너레이트 캐피털 파트너는 "만약 누군가 미국의 기후법이 시행되기 전날 잠들었다가 어제 깨어났다면, 에너지 전환이 여전히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며 "미국의 리더십 공백 속에서 다른 나라들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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