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요금 ‘동결’…한전 재무부담 가중 우려(종합)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오는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발전 연료비 하락으로 요금인하 요인이 발생했으나, 앞선 부담을 고려해 연료비조정단가를 현행 유지했다.

정부가 다만, 발전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이에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하지 않고 있어, 한전 등의 전력 당국의 재무부담만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4Q 연료비조정단가 ‘+5원/㎾h’ 유지

한전은 22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앞선 3분기와 같은 1킬로와트시(㎾h)당 플러스(+) 5원으로 유지키로 한 2025년 10~12월 연료비조정단가 산정 내역을 공지했다.

전기요금 고지서. (사진=연합뉴스)

한전과 당국은 매 분기 발전 원가를 결정하는 연료비 변동 내역을 1킬로와트시(㎾h)당 ±5원 이내에서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의 최근 3개월 시세를 고려해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전기요금은 연료비조정요금 외에도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다른 구성요소도 있지만, 대체로 연료비조정요금과 함께 논의·결정되는 만큼 4분기 연료비조정요금 동결이 곧 전기요금 동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해진 산식대로면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마이너스(-) 12.1원/㎾h 인하 요인이 발생했고, 최대치인 5원/㎾h까지 요금인하가 가능했지만 실제론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한전이 앞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LNG 가격 폭등으로 수십원대 인상이 필요했으나 이를 충분히 반영치 않아 적자와 부채가 누적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한전의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적자는 28조 8000억원이고, 2020년 말 132조원이던 총부채는 6월 말 기준 206조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정부가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철저한 자구노력 이행과 함께 현 연료비조정단가 유지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지방선거로 내년 인상 논의도 쉽지 않을듯

4분기 전기요금 동결과 함께 내년 이후의 인상 결정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발전 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을 예고한 만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올 6월 출범 후 아직 본격적인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아직이다.

태양광 발전설비와 송전선로. (사진=게티이미지)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최근 현재 약 35기가와트(GW)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2030년까지 100GW(기존 목표 78GW)까지 세배 남짓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자연스레 발전원가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전의 발전원별 전력 구입단가는 올 1~7월 기준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126.58원/㎾h이고 신재생 공급인증서(REC) 등 지원제도를 포함하면 실질적 부담은 200원 이상으로 원자력(80.19원)이나 유연탄(석탄·150.12원), LNG 복합(162.90원) 등 기존 발전원 대비 2배 안팎 높게 형성돼 있다.

또 한반도 삼면 바다를 해상 전력망으로 잇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추진에도 현재 2038년까지의 송변전설비 투자계획 72조 8000억원에서 20조원 이상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요금인상 없이 비용 부담만 커지며 한전 등 전력당국의 재무 부담만 더 커지리란 우려도 뒤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강조하며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으므로 국민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후 한달간 정부나 여당 차원에서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내년 6월이면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현실적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인상 논의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이행하려면 전기요금 인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앞선 2년 연속 올린 산업용 요금 부담은 일부 완화하고 3년째 동결 중인 주택용 등 다른 용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서두르려면 이에 맞춰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당장 주택용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