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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전담재판부 설치, 법관 인사 투명화, 대법원 구성 개편 등 대대적인 사법개혁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6년 만에 대규모 장외투쟁을 대구에서 열며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법개혁 사태의 한 그 축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과 그에 따른 ‘거취’ 문제도 놓여 있습니다. 민주당은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명백히 정치 개입이었다고 보고 이를 사법부 개혁 대상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의 사법개혁 의제 가운데 ‘조희대 뽑아내기’라는 핀포인트 작전은 단순히 사법부 수장의 진퇴 문제가 아닙니다. 민주당은 이를 사법개혁의 상징적 출발점으로 삼아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책임 추궁을 곧바로 ‘사법부 전체의 개혁 과제’로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결국 이 싸움은 특정 인물의 제거를 넘어 사법부 권력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조희대 제거 작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당은 이번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 의도에 대해 “헌법상 삼권분립을 근간으로 한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태로 규정”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특정 정치 세력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시도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오랜 당직자는 이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 압박도 문제이지만 전담재판부 설치는 민주당이 자기들이 의도한 대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 두려워 위인설관으로 사법부의 고유 권한까지 빼앗아 가려고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석열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당의 존립 기반마저 붕괴될 상황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 정신마저 민주당이 훼손하려는 것은 입법부의 도를 넘은 사법부 접수 사태”라는 시각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중요한 축인 ‘조희대 제거 작전’의 본질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1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당시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후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대선 출마의 결정적 장애물이 하나 제거된 셈이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둔 5월 1일 2심의 판단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처리했습니다.
특히 사법부는 대법원 파기환송 직후인 바로 다음 날(5월 2일) 서울고법에 사건번호 ‘2025노1238’를 형사7부에 즉각 배당했습니다. 그리고 나흘 뒤인 5월 7일에 첫 공판기일까지 정했다가 민주당의 집단 반발로 다시 대선 이후로 미루는 등 일련의 ‘사법부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때 정치권에서는 통상 수주 이상 걸리는 재판 절차를 불과 일주일도 안 돼 몰아붙인 셈이어서 사법부가 이례적으로 속도를 낸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적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민주당은 당시 대법원의 전격적인 파기환송을 ‘조희대의 이재명 제거 작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 재판 결과가 2심에서 무죄가 내려지는 등 일부 ‘판사’들이 ‘친 이재명’ 행보를 보이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재명 제거 작전’을 벌였다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최근 논란이 된 ‘조희대-한덕수 회동설’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의혹은 지난 5월 10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 공개됐습니다. 녹취 음성 속 인물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윤석열 탄핵 선고 끝나고 조희대, 한덕수 등 4명이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조희대가 ‘이재명 사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이 의혹은 그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민주당은 ‘조희대와 보수진영이 짜고 이재명을 대선에서 주저앉히려 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도 유야무야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법개혁 일환으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까닭은 ‘사법부가 언제까지 국민 검증의 열외 대상으로 남아 있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입법부, 행정부는 4~5년을 주기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됩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집니다. 민주당을 ‘입법 독재’라고 비판하지만 이 또한 국민들이 선택한 헌법적 권한입니다. 야당의 ‘입법 권력 남용’ 주장은 정치적 용어일 뿐입니다. 여야의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윽박지를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법부는 입법부, 행정부와 달리 국민의 직접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습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는 구조이며 일반 법관(판사)은 일반 법관(판사)은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법관회의의 동의와 함께 대법원장이 임명합니다. 다. 결국 사법부는 국민의 선거로 선출되는 권력이 아니라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임명 절차를 통해 형성되는 ‘비선출 권력’입니다. 이로 인해 독립성과 전문성은 확보되지만 동시에 민주적 통제 장치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동의를 거쳐 종신제 신분을 갖습니다. 다만 주(州) 차원에서는 판사를 주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연방 대법관 권력이 주 판사들보다 훨씬 막강하지만 ‘지방 판사’들을 국민들이 직접 뽑게 해 ‘사법 민주주의’와 ‘사법 독립성’ 사이의 균형을 택일하기보다 혼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에는 의회의 인준이 따라붙고 위헌적 판결이나 심각한 일탈이 발생하면 탄핵 절차로 사법부 법관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대법관 인사 과정에서 대통령과 친분이 있거나 보수나 진보의 이념에 경도된 인물들이 임명돼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국회의 사법부에 대한 실질적 견제력이 약화되어 있어 사법부가 사실상 ‘폐쇄적 기득권 구조’를 재생산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대 대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선출됐고 수십년동안 묵혀둔 사법개혁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가 일부 사법 권력에 의해 제거될 뻔한 ‘국정 농단’이 버젓이 자행된 것은 심각한 ‘헌정 유린 사태’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언론, 재계, 종교와의 유착에 이어 사법의 정치 유착도 끊어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향입니다. 민주당이 말하는 개혁이 진정 사법부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재명 뽑아내기’라는 괘씸죄를 저지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단순한 정치보복인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증명해야 할 정치적 의무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 국민은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판사의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신뢰와 괴리될 때 민주주의 질서는 위협받게 됩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논란은 ‘조희대 제거’냐 ‘이재명 제거’냐의 정치공방으로 소모될 일이 아니라 사법부라는 ‘비선출 권력’에 대한 민주적 검증 장치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를 묻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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