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가상 공간 속의 투기적 거래 도구로 머물 수 없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국면과 인구 감소, 산업 전환의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이 실물경제와 결합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식, 즉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에 기대거나, 단기 매매 차익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만으로는 국가 경제를 이끌 수 없다. 오히려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금융·산업·기술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 우측 코다 조진석 대표
실물과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의 자본시장
한국은 이미 부동산, 발전소 전력 수익, 문화콘텐츠 저작권, 지식재산권(IP), 관광 인프라 등 세계적 수준의 실물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직접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금융 구조는 대기업·기관 투자자 위주로 설계돼 있어, 개인과 지역 경제가 동반 성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물자산을 증권형 토큰(STO)이나 실물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한다면, 누구나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자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수·순천·광양의 해양관광권을 디지털 토큰화해 투자자를 모집하면, 자금은 지역 개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투자자는 관광 수익 배분을 받는다.
또 K-POP·웹툰·게임 같은 K-컬처 IP를 NFT·STO 형태로 발행하면, 팬과 투자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문화금융’ 시장이 형성된다. 이는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한국형 문화산업의 글로벌 확산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전통 금융권과의 접목 필요
디지털자산 시장이 진정한 경제 엔진이 되려면, 전통 금융권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은행·증권사·보험사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연합체’를 구축하고, 커스터디·결제·보험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최근 한국디지털에셋(KODA)과 삼성화재가 체결한 가상자산 전용 보험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2,000만 달러까지 보상하는 이 계약은 디지털자산 보관 서비스에 전통 금융의 안전망을 덧씌운 사례다. 앞으로는 거래소, 커스터디, 은행 간의 협력 모델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증권형 토큰 제도와 법인 계좌 허용은 시장 확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법인이 참여해야 유동성이 커지고,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형 글로벌 모델의 가능성
한국은 세계에서 드물게 제조업과 문화산업, ICT 인프라를 동시에 보유한 나라다. 이러한 복합적 자산 구조는 디지털자산 시장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예를 들어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철강 프로젝트, 해상풍력 발전소, 스마트팜 농업 수익 등을 토큰화하면, ESG 투자와 맞물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동시에 K-컬처를 활용한 STO·NFT 발행은 한국의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금융화하는 길을 연다.
이는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새로운 자본시장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한국형 디지털자산 모델이 성공한다면, 이는 미국·유럽이 주도하는 전통 금융 규범을 넘어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은 미래 한국경제의 철로
결국 디지털자산 시장은 단순한 금융혁신을 넘어 한국경제의 ‘철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돌파구는 실물과 연결된 디지털자산이다.
부동산·에너지·문화·관광·지식산업을 토큰화하고, 이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한다면 한국은 자본 유입과 산업 성장,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다. 가상자산이 투기의 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물경제와 연결된 한국형 디지털 금융 모델로 거듭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경제가 다시 한번 세계를 선도하는 기관차로 달려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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