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음식에 깃든 섬사람의 철학과 문화…'제주미각'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한강물길 따라 걷는 경기옛길 = 최철호 지음.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인 저자가 경기 양평군에서부터 서울을 거쳐 인천 교동도까지 한강과 그 지류가 형성한 마을 곳곳을 탐방한 경험을 역사 기행서로 엮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평 두물머리, 예로부터 군사 요충지로 중시됐던 경기 광주시 소재 남한산성, 서울 여의도, 경기 고양·김포시 등지로 독자를 안내하며 역사와 지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 따르면 한강대교가 가로지르는 하중도(河中島·하천 중간에 퇴적물이 쌓여 생긴 섬)인 노들섬은 과거에는 강을 건너는 경유지였으며 수운의 중심이었다. 다리가 없었던 시절 한양 북쪽에서 한강 남쪽 노량진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들섬에서 배를 갈아타야 했다고 한다.
고양에 가면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찾아오는 이들이 적어 가장 고요한 능인 서삼릉(西三陵)이 있다. 서삼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무덤인 희릉, 인종과 인성왕후가 잠들어 있는 효릉, 조선 철종과 철인왕후를 모신 예릉을 말한다. 이 가운데 효릉은 조선왕릉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지금도 비공개 구역이 많다.
서해의 관문이자 한강이 끝나는 곳에 있는 교동도는 지정학적으로 주목할만한 곳이다. 이 섬은 고려시대 이후 강화도와 더불어 서해 방어의 핵심 장소였다. 13세기 몽골의 침략을 받아 수도를 강화로 옮겼을 때 이곳에 진과 봉수대를 설치하고 바닷길을 감시하는 거점으로 활용했다. 1953년 한국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에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가 바로 인접해 남북의 최전선이 된 곳이기도 하다.
전작인 '한양도서 따라 걷는 서울기행'에서 도성 안 사람들과 마을, 성벽과 시간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도성 바깥에서 시작해 강과 마을, 바다를 따라 여정을 계속한다. 그는 길을 따라 걸으며 차근차근 살펴보는 일이 역사를 되새기는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 책을 읽고 걷다 보면 물결 위로 사라진 이름, 지워진 마을, 잊힌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 모두는 여전히 강가 어딘가에 남아 있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존대를 다시 이 땅에 새기는 일이다."
아임스토리. 240쪽.
▲ 제주미각 = 고지영·김규태·김민경·김서영·김은희·문성호·안영실·이진영·이가영·이하영·정민경 지음.
제주가 고향이거나 제주에 오래 산 연구자들이 제주 향토 음식에 녹아 있는 제주 사람들의 삶에 대한 철학과 역사, 문화를 소개한다.
책은 옥돔구이, 갈칫국, 자리물회, 멜젓, 돔베고기, 말 육회, 흑우구이, 꿩 샤부샤부, 몸국 등 21가지 제주 음식의 유래, 맛, 특징, 조리법을 흥미롭게 기술한다.
제주는 화산회토로 이뤄진 척박한 땅이어서 먹거리가 풍족하지 못했고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육지와는 다른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 예를 들어 제주 전통 음식 453종 가운데 78종이 국물 요리인데 이 역시 제주의 환경과 관계가 있다. 제주는 쌀이 귀해서 보리, 차조, 메밀과 같은 잡곡이 주식이었고 거친 잡곡밥을 씹기 좋게 만들어주는 음식이 바로 국물이었다. 또 부족한 식재료로 여러 사람의 배를 채우려면 물을 넣어서 양을 늘려야 했다고 책은 전한다.
음식 문화는 언어에도 영향을 준다. 제주에서는 결혼식 때 돼지고기가 빠지지 않는데 찾아오는 하객을 골고루 대접하기 위해 돼지고기 석 점, 순대 한 점, 마른 두부 한 점을 모아서 접시에 담은 '고깃반(盤·접시)'을 준비한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결혼을 얘기할 때 '국수를 먹는다'는 표현 외에도 '(돼지) 고기 석 점을 먹는다'는 표현도 쓴다.
문학동네. 304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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