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가장 깊은 영향권에 놓인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요일 오후가 휴일로 편입된다면 소비자의 여가 및 소비 기회가 넓어질 수 있지만, 생산 비용 상승과 고용 축소라는 부담을 떠안게 될 기업들의 입장에선 어려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입 이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 운용 개편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구체적 추진 계획에 따라 유통업계 지형도마저 변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주 4.5일 근무제 시행을 위해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이 연내 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근로 시간을 OECD 평균(1717시간)보다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정부는 지원 예산 324억원을 투입해 4.5일 근무제 도입 및 운영 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처럼 근로 시간 단축이 본격화되면 근무·휴식 구조의 변화가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5일제 시행 시 가장 먼저 주목되는 부분은 소비 행태 변화다.
근무 단축으로 소비자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 쇼핑과 외식, 문화생활 등 다양한 활동이 확대된다고 분석한다. 장보기, 모임 등 생활형 소비가 늘어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자영업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제도 시행이 현실화될 경우 새로운 소비 수요 선점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주말 특수를 앞당겨 매출 확대를 노릴 수 있고, 자영업은 장보기·모임 수요 증가에 힘입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편의점 역시 퇴근 직후 간편식과 주류 판매가 늘어나면서 저녁 시간대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
채널의 효과는 물류 쪽으로도 이어진다.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식자재와 생활용품 공급 물량이 확대되고, 주말 특수가 앞당겨지면서 물류 업계 전반의 물동량 증가도 기대된다.
자영업 매출 확대에 따른 추가 발주와 지역 생산품 이동까지 겹치면서 지역 간 물류 흐름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기업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일부 대기업에서 비슷한 근무 모델을 선제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근로 시간 단축이 법제화돼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생산 비용 증가와 인건비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충원이나 인건비 절감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업의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신규 고용 위축과 청년층 취업 기회 축소로 연결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4.5일제 도입으로 인한 고용시장 변화는 단순히 일자리 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긴장감도 나온다. 청년층의 취업 진입 지연과 고령층의 재취업 문제, 외국인 근로자 의존 확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시킨 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근로 시간 단축이 비용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산업 전반의 체력 약화 문제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업종별 편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가 확대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소비가 해외여행이나 레저 지출로 분산될 경우 기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수재 중심의 업종보다 선택재·여가 관련 업종에 수요가 몰리면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따른다.
내수 확대와 기업 부담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 효과를 현실화하려면 소득·고용 안정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둔다.
유통업계에 늘어난 반나절이 내수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지는 제도 설계와 현장 준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단순히 근로 환경 개선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복지, 재정 조달 등 다양한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구성원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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