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을 지나 노년을 앞둔 부모들의 마음에 또 다른 걱정거리가 더해지고 있다.
바로 서른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집에 머무는 자녀들의 취업 문제다. 독립은커녕 미래 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모들은 노후를 준비할 시기에 오히려 성인 자녀의 앞날을 대신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가정은 최근 더욱 늘어나고 있다. 청년 고용난과 부모 세대의 노후 불안이라는 이중의 과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청년층 고용률 현실
국내 대기업들은 하반기 들어 신입사원 모집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삼성, 현대차, LG, SK, 포스코, 한화, HD현대 등 주요 기업들이 합쳐 약 4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규모 공채는 줄고 경력직 위주 채용이 늘어났던 터라, 이번 채용 확대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다만 그간 축소된 채용 규모가 청년 고용률 하락의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회복세가 어느 정도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29세 이하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60세 이상 고용률(47.9%)보다도 낮게 집계됐다. 무려 6개월 연속 이런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침체, 그리고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겹치면서 신입 기회가 줄어든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청년들의 독립은 물론 결혼과 출산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늘어난 노년 부모의 부담
가정 내 세대 간 역할도 뒤바뀌고 있다. 자녀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지 못해 집에 머무는 반면, 퇴직한 아버지는 생활비를 위해 다시 일터를 찾는다. 연금을 받더라도 액수가 충분치 않거나, 아직 수급 연령에 도달하지 못해 재취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령층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노동이 대부분이고, 그마저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성인 자녀가 별다른 소득이 없다면 부모가 여전히 용돈을 줘야 하는 실정이다.
어머니들의 심리적 부담 역시 더 커진다. 청년층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탓에 취업의 사다리를 오르기 힘든 현실 속에서, 반복된 구직 실패로 좌절감을 안고 집에 머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는 노후 자금을 모아야 할 시기에 자녀를 지원하는 데 재정을 쓰고, 본인의 건강 관리조차 미루게 된다.
결국 청년 고용 문제와 부모 세대의 노후 불안은 단순히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과제로 자리 잡았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와 세대 간 균형 있는 사회적 안전망 마련 없이는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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