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가 들어서자 그동안 이루지 못한 법들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여 시행하려 해 문제가 되고 있다. 다름 아닌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계의 숙원을 풀어주게 돼 큰일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으나 야당은 한국의 경제와 사회를 근본부터 흔들 독소 입법이라고 혹평한다. 경제계에선 불법파업을 조장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더해 상법개정안도 통과시켰는데 경제계는 경영권 위협이나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며 반발한다. 본안에서는 이들 법의 장단점을 따지기보다는 경제계가 그토록 반대하고 있는 법안들을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꼭 밀어붙여야만 하는가다. 공청회에 부쳐 제대로 토론을 거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야당의 거센 반대를 뿌리치고 법을 통과시켰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경제계가 맹렬히 반대하고 있는 데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 환경이 비상 상황이란 점에서 지금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할 때인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짚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관세협정으로 경제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돌발적인 관세전쟁으로 15%의 관세를 물어야 함으로써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며 성장률도 0.6%를 잠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세계 경제도 대단히 좋지 않아 미국만이 2% 정도의 성장이 기대될 뿐 일본 1% 정도, 유럽연합(EC) 국가는 0%가 예상되는 등 세계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셋째, 국내 경제는 금년도에 거의 제로 성장 수준에 가까울 것 같다. 여수 석유화학단지는 중국의 시장 침투로 극도의 불황을 맞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처지이고 전국의 상가 공실률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지방 상권의 공실률은 심각해 경북 27%, 충북 29%, 전북 26%에 이르며 서울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이는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어디 그뿐인가. 청년 실업자는 73만명에 달한다.
넷째, 우리나라의 대외 직접 투자액이 매년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을 대폭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2020년 이후 5년 동안 우리의 대외 직접 투자액은 3천439억달러였는데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 투자액은 1천481억달러에 지나지 않아 역조액은 무려 1천958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런 심각한 역조 현상은 국내 투자의 매력도가 그만큼 떨어짐을 입증하는 것이다. 즉, 기업들이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국내보다 해외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가 이같이 부진한 상황임에도 설상가상으로 트럼프의 압력으로 3천500억달러라는 거액을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니 국내 투자의 부진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최근 공장 폐쇄율이 설립률의 2배나 된다고 한다.
다섯째,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제품, 자동차 등 중국의 추격이 심상치 않은 것도 문제다.
이같이 우리 경제가 비상 상황일 정도로 엄중한 시기에 정부가 노사 간 또는 노조 간의 갈등을 부추길 여지가 있는 노란봉투법과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상법 개정을 기어코 실행코자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민생지원금을 13조원이나 뿌리는 엄중한 시기에 분란의 소지가 다분한 그런 법을 시행함으로써 기업의 사기는 물론이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고 투자활동을 적극 장려해 성장을 견인하는 데 전념토록 하고 당면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데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기울일 때다. 이들 법을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태도일 뿐 아니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식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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