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려동물의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공공동물병원 조성,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수의사 단체가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경우 공공보험이 없어 '표준 진료비' 산출이 어렵고, 공공동물병원도 취약계층 지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등 예산 낭비라는 것이다. 공공재로 분류되지 않은 동물 진료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21일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세부 과제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공공동물병원 조성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 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동물병원을 중심으로 표준수가를 우선 도입하고, 이를 반영겠다는 민간 동물병원을 '상생동물병원'으로 지정해 400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표준수가제'는 진료 항목별로 정부가 정한 가격을 전국 동물병원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는 병원마다 반려동물 진료비가 차이가 큰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시·도 단위별로 평균 진료비용이 가장 높은 곳과 낮은 곳의 편차는 초진 진찰료가 1.9배, 입원비 1.5배, 강아지 종합백신 1.4배, 엑스레이 검사비 1.6배 등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차이가 큰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999년 자율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동물병원 진료보수 기준을 폐지하는 등 '진료비 자율화'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수의사 단체는 표준수가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표준수가제의 경우 사람처럼 공공보험이 없는데다, 진료비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지난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공동물병원보다는 취약계층의 동물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백신 접종·건강검진 지원 등 기초·예방 의료에 대한 공적지원 체계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우처 형식으로 인근 동물병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꼭 운영을 해야 한다면 동물보호복지가 취약한 유기 동물이나 길고양이, 동물등록, 광견병 백신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김포시가 운영하고 있는 공공동물병원의 경우 유기동물은 진료하지 않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동물병원을 운영해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회에 따르면 김포시 공공동물병원은 4억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일 평균 진료 건수 6건, 연 수입 1500만원인데 반해 해마다 인건비 및 운영비로 1억7000만원 이상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진료비 표준화에 대해서는 "사람 의료와 같이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보험이 존재하지 않고 '진료항목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표준 진료비를 산정할 수 없어 반대한다"며 "주요 외국의 경우에도 의료와 같은 표준수가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없으며, 독일의 경우 최저가를 설정해 최대 3배의 가격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에서 폐지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접종 비용 표준을 만들어 시행한 부산시수의사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예방접종비 담합'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언급했다. 허 회장은 "진료비 자율화는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관련 기관·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괄로 추진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동물진료비는 적정 청구해도 과잉 청구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있는데, 미국이나 독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며 "반려동물 진료는 의사와 동일한 교육 수준의 수의사가 동일한 기자재·약품을 사용하는 등 대체로 동일한 수준이지만, 사람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회에 따르면 동물병원은 75%가 1인 병원이고, 영세한 상황이다. 허 회장은 "국세청의 연간 수입 통계에 따르면 치과의사 4억5000만원, 수의사 7000만원 수준"이라며 "방송 등에 많이 노출되면서 고소득자라는 오해로 진료비가 과잉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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