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유통업계의 '포장재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전제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을 구축하고,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주요 구매 기준으로 삼으면서, 유통기업들은 ESG 전략 속에 포장재 혁신을 핵심 과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유통업계의 포장재 혁신 사례와 소비자의 반응 그리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짚어봤다.
과대포장 줄이기에서 '포장재 혁신'으로
국내 유통업계는 오랫동안 포장재 문제를 '과대포장 규제' 차원에서만 접근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ESG 경영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포장재 혁신은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소재 자체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마트는 지난 2023년부터 매장에서 배출되는 폐박스를 활용해 온라인몰 배송용 PCR 종이백을 개발했다.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며 연간 약 936톤의 신재 목재 펄프 사용을 절감했다. 밀키트 포장재 또한 재활용 PET 소재로 대체해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쿠팡은 제품 포장 전담조직인 '패키징팀'을 운영하며 신선식품 배송용 보냉팩 '쿠팡 프레시백'을 개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간 669톤의 플라스틱과 1533톤의 종이 사용을 줄였다. 지난 2021년에는 LG화학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컬리는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포장기획팀을 신설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한 포장정책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비닐 사용량 831톤, 스티로폼 사용량 4천톤을 줄이며 환경보호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냉동 종이 보냉박스를 개발해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 국무총리상,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 이커머스 부문 수상 등 성과를 거뒀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장재 혁신이 단순히 쓰레기 감축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강조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전 제품에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추석에는 과일 세트 완충재에 생분해 에어캡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락>
'친환경 포장'이 곧 브랜드 평판으로 직결
오늘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올리는 것은 제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포장 방식도 하나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가격과 브랜드 인지도가 주요 구매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포장재의 친환경성이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소비자원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7%가 친환경 제품 구매 의향을 보였으며, 이 가운데 95%는 친환경 포장재로 인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유통업계 ESG 전략 속에서 포장재 혁신을 핵심성과지표(KPI)로 부상시켰다.
식품업계의 무라벨 페트병, 화장품 업계의 생분해 용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포장재 혁신이 진행되고 있으며, 스타트업들 역시 '제로 웨이스트 패키징'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다만 친환경 포장재의 원가로 인한 비용 상승과 비포장 제품 등에 대한 위생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종이·바이오 기반 포장재는 기존 플라스틱 대비 원가가 20~30% 높아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며, 무포장 리필 스테이션 등은 위생·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전환이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량생산이나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추진...포장재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정부도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원전 중심의 에너지 산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분산형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 확대와 더불어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ESG 경영 지원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유통업계의 포장재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폐플라스틱 발생 20% 감축을 목표로, 바이오플라스틱 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유통업계의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강화시킬 계획이다.
ESG 규제와 소비자 요구가 맞물린 만큼, 기술 개발과 비용 부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친환경 포장재 혁신은 곧 기업의 브랜드 신뢰와 경쟁력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친환경 정책은 단순히 비용이나 수단이 아닌 효과적인 환경개선으로 이어져야 해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환경정책을 단순히 비용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사회적 변화를 위한 장기적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비용 계산에만 매달린다면 정책은 단순한 수단에 머물 뿐"이라며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지속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기업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경영은 초기 비용이 크고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 장기적인 투자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통계에서 친환경 경영이 결국 기업의 가치를 올려준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 또한 친환경 제품이 다소 비싸더라도 미래를 위해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눠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환경정책이 단기간의 성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권 교체와 무관한 정책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정부가 식당ㆍ카페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다가 지난 2023년 다시 완화해 매장 내 사용을 허용한 사례를 들며, "이 같은 변동은 기업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키우고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추진 중인 RE100 산업단지 조성 정책 등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자발적 참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따르지 않을 경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규제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동시에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끝으로 "정부와 기업 모두 친환경 정책을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를 단순히 비용으로 본다면 정책은 수단에 그칠 뿐이고 성과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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