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국내기업 해킹 6447건…중소기업 피해 80% 넘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근 5년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해킹 건수가 64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피해 기업 10곳 중 8곳이 중소기업으로, 보안 투자 여력이 부족한 취약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해킹 조직, 랜섬웨어 확산, 글로벌 공급망 공격 증가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해킹 사고로 인한 고객 정보 유출사태에 대해 대고객 사과를 하고 있다.

해킹 건수 3년 새 3배 폭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의원(더불어민주당·서대문구갑)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기업 대상 사이버 해킹은 2021년 640건에서 2024년 1887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이미 1501건이 집계돼 연간 피해 규모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최근 5년간 대기업 피해는 214건, 중견기업 553건, 중소기업은 무려 5,286건으로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보안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주요 표적이 된 셈이다.

대기업 첨단산업까지 타깃

대기업 피해도 늘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53건으로, 지난해 한 해 집계된 56건에 이미 근접했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전략 산업을 겨냥한 공격이 확인되면서 첨단 기술 유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피해 유형별로는 시스템 해킹이 2021년 283건에서 2024년 1373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같은 기간 123건에서 285건으로 늘었다.

반면 악성코드 감염·유포는 234건에서 229건으로 소폭 줄었다. 이는 공격 기법이 단순 감염에서 정밀한 침투와 장기적 잠복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해킹 급증 배경으로 △북한 해킹 조직의 외화벌이 목적 공격 △랜섬웨어 범죄 조직의 무차별 침투 △글로벌 소프트웨어·부품을 통한 공급망 공격 확산 △재택근무·클라우드 전환으로 인한 기업 보안망 취약성 등을 꼽는다.

특히 최근에는 AI 기반 자동화 공격이 확산하면서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까지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섭 KT 사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소액결제 피해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 보안 역량 강화 시급”

김동아 의원은 “매년 늘어나는 사이버 해킹으로 국내 기업의 기술과 영업 비밀이 위협받고 있다”며 “특히 보안 투자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이버 해킹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중소기업 보안 인프라 확충, 공급망 보안 강화, 국가 차원의 특단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전용 보안 바우처 지원 확대 △국가 차원의 위협 인텔리전스 공유 시스템 △AI 기반 위협 탐지 기술 육성 △국제 공조를 통한 해킹 조직 추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이버 공격은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과 국가 안보까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대기업·중소기업이 함께 대응하는 다층적 보안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