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구글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토콜을 공개했다. 글로벌 빅테크까지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에 본격 가세한 가운데, 한국도 은행 중심 구조에 머물러서는 혁신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간) 블록체인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코인베이스, 세일즈포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60여 개 기업과 협업해 AI 에이전트용 스테이블코인 결제 프로토콜을 내놨다. 지난 4월 공개한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기술에 결제 기능을 접목한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쇼핑, 중개, 사무 처리 등 실생활을 맡게 되면 가상자산이 단순 투자 수단을 넘어 기업 간 신뢰할 수 있는 결제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깔려 있다.
구글은 전통 금융망과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구글 클라우드 유니버설 레저’ 프로젝트를 추진,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결제를 아우르는 실험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도 ‘탈중앙 AI(dAI)’ 팀을 출범시키며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가 기준을 담은 법안이 계류 중이고,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 발행 구조를 주장하고 있어 핀테크 기업 참여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혁신을 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은행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이다. 해외처럼 은행·비은행 모두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덕 의원도 “은행만 발행 주체가 되면 기득권 유지로 끝날 수 있다”며 “혁신기업이 ‘메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수단으로 외면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내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들은 발행보다 중요한 것은 유통 인프라와 환불 체계 같은 기술적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블록체인은 기록이 남으면 취소가 불가능해 새로운 환불 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스금융연구소는 “핀테크 전문성이 이런 기술 난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개인 기기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한국이 은행 중심 규제에 머물 경우 빅테크와 핀테크가 이끄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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