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앙행정기관에서 근무한 남성 공무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쳤다.
여성 공무원들의 이용률이 90%를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제도적 뒷받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확인된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앙행정기관 전체 공무원은 10만493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을 조금 웃도는 5만8921명이 육아휴직을 경험했다. 전체 사용률로는 56.1%로, 통계상 절반 이상의 공무원이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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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별로 나누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같은 해 육아휴직 대상 남성 공무원은 7만3674명이었는데, 실제로 육아휴직을 선택한 이는 2만8850명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39.2%에 불과하다. 여성 공무원의 사용률이 96.2%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난다. 여성 공무원의 경우 육아휴직은 거의 당연하게 선택되는 제도로 자리 잡았지만, 남성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남아 있는 것이다.
추세만 놓고 보면 변화의 흐름은 뚜렷하다. 남성 공무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0년 22.1%에 머물렀지만, 2023년에는 34.1%로 꾸준히 올랐다. 지난해에는 39.2%까지 상승하며 4년 만에 약 17%포인트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공무원 절반 이상은 육아휴직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관별 편차도 두드러진다. 농촌진흥청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24.6%로 전체 평균보다 한참 낮았다. 국무총리비서실 역시 26.7%에 머물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30.8%에 불과했다. 중앙부처마다 인력 규모와 조직 문화가 다르지만, 특정 기관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여전히 제약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무원은 자녀가 만 12세 이하이거나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인 경우, 자녀 한 명당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게다가 육아휴직 기간은 전부 승진을 위한 근무 경력으로 인정된다. 제도적 장치는 분명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남성 공무원들이 이를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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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균형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조직 내 시선과 분위기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일부 기관에서는 제도가 정착되었음에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선택하면 ‘업무 공백을 만든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로 한 중앙부처 남성 공무원은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나아졌지만 여전히 눈치가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경제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통상 급여가 줄어드는 구조 탓에 가계 부담이 커진다. 맞벌이 부부라 하더라도 주 소득원이 남성인 경우가 많아, 남성이 육아휴직을 선택하기가 더욱 어렵다. 한 공무원은 “휴직 중 급여가 적다 보니 장기간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망설임을 드러냈다. 결국 눈치와 소득 문제라는 두 가지 현실적 장벽이 남성들의 선택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사용 권장에 그치지 않고, 남성들이 실제로 부담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직급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육아휴직이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급여 보전 제도 역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40%에도 못 미친다. 정부와 각 기관이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적 제약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숫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도의 본래 취지가 자녀 양육에 있어 성별 구분 없는 동등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가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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