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교촌치킨이 순살·콤보 메뉴의 중량을 줄이고 원육을 바꾸자 소비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양을 줄인 사실상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회적 민감도가 큰 치킨 가격을 사실상 올리게 된 배경에는 닭다리살 수급 불안과 조리 효율, 일부 점주들의 요구가 맞물려 있었다.
20일 식품·외식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이달 초 순살치킨 메뉴의 조리 전 중량을 기존 7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기존 간장·레드 등 4종은 700g에서 줄었고, 마라레드·허니갈릭 등 새로 출시된 10종은 처음부터 500g으로 출시됐다. 원육도 기존 닭다리살 100%에서 가슴살과 안심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만 줄였다”며 ‘꼼수 인상’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슈링크플레이션의 전형”이라는 반응과 함께 교촌 불매를 거론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흔들린 닭다리살 공급망
교촌치킨이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닭다리살 등 부분육의 수급 불안이 있었다. 닭다리살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지만 국내산만으로는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 업계는 그동안 브라질산 수입에 크게 의존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닭고기 수입량 18만3600톤 가운데 브라질산 비중은 86%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브라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수입이 중단되면서 공급망이 흔들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브라질산 닭다리 부위 검사실적은 지난해 7월 1만6355톤에서 올해 같은 달 2860톤으로 80% 이상 줄었고, 8월에는 1만3514톤에서 816톤으로 90% 넘게 수입량이 곤두박질 쳤다. 최근 일부 점주가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받지 못했다며 소송까지 예고한 것도 수급 불안정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배경
이번 조치는 본사의 일방적 결정은 아니었다. 점주의 요청이 먼저 있었고, 일부 점주로 구성된 점주협의체와 본사가 논의한 끝에 나온 결정이다. 교촌 점주협의체 소속 한 점주는 “브라질 AI 여파로 닭다리살 등 부분육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따라 공급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오면 점주들의 마진이 남지 않는 상황이 돼 차라리 허니순살처럼 정육과 안심을 섞어 원육을 일원화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줄였다기보다는 일원화라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점주가 이 과정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점주는 “결정에 관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한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교촌은 “사안에 따라 전체 점주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고, 협의체 논의로 결정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사실상 가격 인상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일부 협의체와만 논의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남는다.
조리 효율성 문제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닭다리살은 부드러워 붓으로 양념을 바를 때 쉽게 부서지고, 크기 편차로 매장별 품질 차이가 발생했다. 교촌 관계자는 “닭다리살만 쓰면 붓질 과정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안심이나 가슴살을 섞으면 탄탄해지고 담백해진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한 점주도 “조리 편의성과 품질 유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고 전했다. 운영 효율화도 배경으로 꼽힌다. 교촌은 최근 순살 라인업을 기존 5종에서 15종으로 늘리며 중량을 500g으로 통일했다. 업계에서는 관리와 조리를 단순화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본다.
교촌이 이런 배경에서 원육 구성을 바꾼 것과 달리, 다른 업체들은 상반된 해법을 내놓고 있다. 노랑푸드가 운영하는 ‘노랑통닭’은 최근 브라질산 수입 재개 이후 순살 메뉴 전 품목에 닭다리살 100% 사용을 다시 선언했다. 수급이 정상화되자 곧바로 품질 회복을 선택한 것이다. 교촌이 운영 효율과 일원화를 선택한 반면, 노랑통닭은 ‘맛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교촌의 이번 결정은 공급난과 조리 효율, 운영 관리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 체감은 여전히 “양만 줄었다”는 쪽에 가깝다. 중량은 줄었지만 가격은 그대로이고, 원육 구성도 달라졌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건 가격 인상 효과다. 교촌은 “중량 감소에 따른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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