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다시 한번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2024년 우리금융그룹으로의 매각이 무산된 뒤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지만 이렇다 할 매수자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보험 라이선스 확보가 필요한 한국금융지주가 인수 실사에 착수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보험 인수는 한국금융이 그룹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우는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롯데손보의 불안정한 재무 건전성과 부진한 업황으로 실제 매각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엑시트 시점 임박…상시 매각으로 방향 전환
롯데손보 대주주 JKL파트너스의 투자 시계는 ‘엑시트(Exit·투자 회수)’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JKL은 2019년 롯데손보 지분 77%를 인수한 이후 체질 개선과 재무 구조 정리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매각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해왔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가 통상 5년 안팎을 매각 시점으로 잡는 만큼, 오는 10월(공시 기준) 만 5년을 앞두고 사실상 엑시트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보험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인수를 타진했으나, 매각가 이견으로 불발됐다. 이후 롯데손보는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지만, 뚜렷한 인수 후보는 없었다. 그 사이 신한금융·하나금융의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양측 모두 선을 그었다. 엑시트 목표 시점이 다가오면서 JKL로서는 새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압박이 커졌다.
◇한국금융, 유력 후보 부상…보험 포트폴리오 ‘마지막 퍼즐’
이런 가운데 한국금융이 새로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은 최근 딜로이트안진을 회계자문사로 선정하고 롯데손보 실사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실사 이후 두 번째 보험사 실사다.
증권·저축은행·캐피탈을 계열사로 둔 한국금융에게 보험은 사실상 ‘마지막 퍼즐’이다. 지난 5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도 투자 시스템 정교화, 리스크 관리 강화와 함께 보험사 인수 추진을 공식화했다. 보험 인수를 통한 증권 중심의 실적 변동성 완화, 보험료 기반의 안정적 수익 확보 전략이 뚜렷하다.
또 증권사를 통한 보험상품 교차판매 등 계열사 간 시너지가 가능해진다. 보험 라이선스 확보는 곧 그룹 포트폴리오의 질적 도약을 의미한다. 롯데손보가 한국금융의 성장 전략과 이해관계가 맞닿는 지점이다.
◇재무 건전성·업황 부진이 성사 변수
문제는 롯데손보의 재무 건전성과 업황이다. 2분기 지급여력비율(RBC)은 경과조치 적용 후 129.5%로 전 분기 대비 9.5%포인트 상승했지만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에 여전히 못 미친다. 다시 말해 RBC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
손해보험 업황도 녹록지 않다. 자동차·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금리 변동성에 따른 투자수익 불안 등으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수 이후 실적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적정 몸값 2~3조? 가격 조정이 ‘열쇠’
가장 큰 관문은 역시 가격이다. JKL파트너스는 인수 당시 투입 자금과 체질 개선 비용, 목표 차익을 감안해 매각가를 2~3조원 수준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1조5000억원 안팎을 희망가로 제시했으나 결국 협상은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존 매각가로는 거래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 타진 당시에도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업황 부진과 RBC비율 이슈가 겹친 지금은 시장이 평가하는 몸값이 더 낮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금융과 JKL파트너스가 얼마만큼 가격 간극을 좁힐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엑시트 시점이 임박한 JKL과 포트폴리오 확장이 절실한 한국금융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면, 가격 조정이 매각의 결정적 변수이자 최종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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