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해경…막을 수 있었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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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해경…막을 수 있었던 비극

연합뉴스 2025-09-20 07:16: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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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1조 출동 원칙 안 지켜지고…즉각적 구조 시스템 미흡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2025.9.15 [공동취재] soonseok02@yna.co.kr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사람들이 너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그 순간 추위와 어둠 속 바다에서 혼자 싸웠을 너의 모습이 떠올라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순직한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의 영결식에서 동료 해경은 지난 15일 고별사를 읽다가 끝내 오열을 참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노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이 경사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대조적으로, 해양경찰의 연안 구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력조끼 벗어주는 이재석 경사 부력조끼 벗어주는 이재석 경사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인 1조 출동 원칙인데'…기본적인 원칙이 무너졌다

20일 해경 등에 따르면 해경 내부에서는 당시 2인 1조로 구조 인력이 출동했다면 인명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밀물이 급속도로 차오르는 환경이었지만 2명이 출동했다면 서로 역할을 분담하며 추가 구조세력을 요청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7분께 "갯벌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드론 민간 순찰업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혼자 출동했다.

당시 파출소 근무자는 모두 6명이었지만 이 경사와 팀장 2명을 제외하고 4명이 이날 오전 3시까지 6시간 휴게시간을 받아 쉬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경사 혼자 현장에 출동했다.

당일 오전 2시 42분 현장에 도착해 중국 국적 A(70)씨가 고립된 상황을 파악한 이 경사는 현장 상황을 파출소 팀장에게 전달했다.

이 경사는 "물이 차올라서 (추가 구조 인력이) 조금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가 "일단 만나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A씨에게 접근했다.

팀장은 "어떻게 추가 누구 좀 보내줄까 깨워서?", "서에다 보고를 하고 ○○랑 XX를 깨워서 같이 상황 대응을 하자.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긴 했지만 추가 인력 배치 조치가 즉각 이뤄지진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이 경사 입장에서는 자고 있는 동료들을 깨워서 현장에 보내달라고 하기 미안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고참이 과감하게 인력 추가 투입에 대한 결단을 내려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 해양경찰관 고 이재석 경사 영결식

(인천=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엄수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에서 동료 경찰들이 경례하고 있다. 2025.9.15 [공동취재] soonseok02@yna.co.kr

◇ 사라진 동료 수색…마음만 앞서고 기민한 대처 미흡

이 경사의 실종 사실을 접하고도 신속하고 기민한 구조 활동이 즉각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비난받고 있다.

이 경사는 A씨에게 자신의 부력 조끼를 벗어주고 이날 오전 2시 57분께 "물이 제 허리 정도 차고 있습니다. 지금" "구명조끼 터트려서 (A씨를) 이동시키도록 하겠습니다"고 파출소에 전했다.

이 경사의 육성이 담긴 교신은 이 대화가 마지막이었다.

해경은 이 경사를 구조하기 위해 파출소 인원을 추가 투입하며 수색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구조 장비 투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구조에 나선 동료들은 "이제 이동할 건데 지금 (순찰차) 예비키를 잘 못 찾겠다", "동력 서프보드 바람을 빼서 차량 뒷좌석에 실어야 한다"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수색 준비를 했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결국 동력 서프보드를 투입해 수색을 실시한 시각은 오전 4시 5분으로, 드론 순찰 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잠시 놓쳤다고 알린 시점보다 약 40분 뒤였다.

군 열상감시장비(TOD)를 토대로 수색 지점이 공유됐으나 구조 헬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해 10분 넘게 혼선을 빚은 사실도 무전 기록에서 드러났다.

당시 무전에는 "헬기의 위치가 잘못됐다", "동서남북 기준으로 정확한 위치를 다시 보내달라" 등의 교신 내용이 담겼다.

엔진 과열로 고무보트에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동력 서프보드와 드론의 배터리가 방전돼 일시적으로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 경사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검찰은 이 경사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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