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아직 미련이 많습니다. 복어조리 기능사, 멀게는 기능장 자격을 따보고 싶어요."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조성재(33)씨를 만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성재씨는 10여년 전 우울증으로 장애 판정을 받았고 최근엔 조울증 진단을 받은 병력이 있다.
대학에서 양식 조리를 전공한 성재씨는 졸업 후 요식업계에서 일했지만 우울증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칼과 불처럼 위험 요소가 많은 주방에서 자신이 일하는 것에 대해 사업주가 부담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한때는 장애를 숨기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한다거나 그런 오해를 할까봐 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지금 하는 일은 그보다 부담이 덜한 사무직이다. 지난 3월부터 언론사 '베이비뉴스'에서 보도자료를 정리해 기자에게 넘기는 업무를 맡고 있다. 복지관이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연결시켜줬다.
성재씨는 "아직 적응을 하고 있다"며 "일자리가 없을 땐 자는 시간이 불규칙했는데 루틴이 생기니까 편하다"고 말했다.
업무와 관련해선 "홈페이지에 제가 보도자료 수정한 게 올라가면 기분이 좋다"며 "(회사에서) 실수에 대해 문책하는 게 없고 더 알려주시려고 해서 되게 감사하다"고 했다.
하루 평균 정리하는 자료량이 40~50개에 달할 정도로 업무에 익숙해졌고 별다른 불편한 점도 없지만, 성재씨는 증상이 완화되면 다시 요식업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성재씨는 지금도 한식·중식·양식 조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복어조리 기능사, 나아가 기능장 자격을 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곳을 두고서는 "쉬어가는 직장"이라고 표현했다. 장애인 일자리는 누군가에겐 그 자체로 꿈이 실현되는 무대이지만, 성재씨의 경우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그는 "전공은 양식인데 한식 위주로 공부를 해서 한식에 좀 더 자신이 있다"며 "집에서 밥을 할 때 다들 맛있다고 하신다. 밥 짓는 걸 잘한다"고 말했다.
원래 부모님과 함께 살던 성재씨는 작년 말부터는 '공동생활가정'에 들어가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살며 독립이자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에 잘 녹아들어 살아가기 위해선 일이든 대인관계든 바깥 세상에서 연습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게 성재씨의 생각이다.
그는 "경험해 볼 기회가 적어서 자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힘들어진다). 여러 경험을 해보면 좀 더 편안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정신질환을 가지신 분들이 사회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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