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컬럼] 'AI 시대 반도체 대격변' 삼성전자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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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컬럼] 'AI 시대 반도체 대격변' 삼성전자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9-20 04:50: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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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2025919일자 일본경제신문 사설은 “인공지능(AI) 발전이 촉진하는 미국 반도체 재편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엔비디아와 인텔의 역사적 제휴를 분석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 간 협력 기사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속내는 훨씬 깊다. 일본경제신문은 역사적인 재편의 영향은 확대될 것이며, 일본 기업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사설을 읽은 한국의 독자가 느껴야 할 위기감은 일본 못지않다. 아니, 어쩌면 일본보다 훨씬 더 크다. 왜냐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인 삼성전자가 지금 AI 중심의 세계 반도체 대격변 속에서 점점 주연이 아니라 조연, 심지어는 부품 공급자로 밀려날 수 있는 위험한 길목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설이 지적했듯,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시대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이미 4조 달러(약5596조원)를 넘어섰다. 이런 거대 자금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출자키로했다. 이는 단순한 투자라기보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설계한 반도체 질서 재편 시나리오라 봐야 한다.

인텔은 한때 PC 시대의 제왕이었으나, 반도체 미세화 경쟁에서 TSMC에 밀리며 추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인텔을 포기하지 않았다. 보조금과 투자, 그리고 엔비디아와의 강제 동맹을 통해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이른바 전략적 자본주의. 시장의 힘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기업조차 국가가 끌어안아 재건하는 방식이다.

 이 구도에서 삼성전자는 어디에 있는가? 안타깝게도 한국 정부와 사회는 아직 전략적 자본주의를 체계적으로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국가안보이자 기술패권의 핵심인데도,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의 투자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본국에서는 든든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자랑해왔다. 디램(DRAM)과 낸드(NAND)에서 글로벌 1위를 지켜왔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은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누렸다.

 그러나 문제는 명확하다. AI 시대의 주력 무대는 메모리가 아니라 연산 반도체라는 점이다. AI의 뇌는 GPU이며, 이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AI의 심장은 CPU이고, 인텔·AMD·ARM 진영이 경쟁 중이다.

삼성의 강점인 메모리는 필수 요소이지만, 플랫폼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납품업체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 지금 삼성의 위치는 세계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2차적 공급자일 뿐이다. 아무리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앞서 있어도, GPUCPU를 설계·통합하는 자가 주도권을 행사한다. 지금처럼 메모리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왕국의 덫이 되어 삼성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텔 연합이 던지는 경고는 무겁다. 이번 제휴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다. 미국의 패권 전략 속에서 CPU+GPU 결합 구조를 새로운 시장 표준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엔비디아는 ARM 기반 CPUGPU를 묶어 AI 데이터센터를 장악해 왔는데, 이제 인텔 CPU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삼성에게 여러 의미 있는 경고음을 준다. 엔비디아는 GPU 중심 플랫폼을 확장 중이고, 인텔은 CPU와 제조 인프라를 재무장한다. 이에 비해 삼성은 여전히 메모리 중심이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동맹국 기업은 투자 압박 대상으로만 삼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은 미국 내 투자(텍사스 공장 등) 부담을 안으면서도, 인텔처럼 직접적인 자본 지원을 받지 못한다.

삼성은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핵심을 쥐지 못하면, 단순히 HBM 공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엔비디아-인텔-AMD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의 하청업체가 되는 순간, 삼성의 미래 가치는 급격히 떨어진다.

 이제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위기 인식이 아니라, 즉각적인 전략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대개 5가지 방향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첫째 AI 연산 반도체 대전환이다. GPU·AI 가속기의 독자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ARM·RISC-V와 협력해 CPU까지 내재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래서 HBM 메모리와 자체 AI 칩을 결합해 메모리-연산 통합칩을 선보여야 한다. 둘째 글로벌 빅테크와의 공동 설계에 참여하는 것이다. 구글·MS·아마존 등 클라우드 3대 기업과 전략적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 납품자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공동 설계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셋째 미국-일본-한국 3각 협력 구도를 활용하는 일이다. 일본은 소재·장비, 한국은 메모리, 미국은 GPU·CPU라는 분업이 가능하다. 한일 협력 없이는 한국이 미국 중심 반도체 블록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넷째 국가의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삼성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처럼 AI 반도체 전용 펀드, 세제 혜택, 공공 GPU 클라우드를 지원해야 한다. ‘AI 3대 강국을 외치면서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소극적이라면, 이는 구호에 그치고 만다. 다섯째 초격차에서 융합격차로 나아가야 한다. 단일 품목 초격차 전략은 이미 한계다. ‘메모리+AI+패키징+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아우르는 융합격차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경제신문은 자국 기업을 향해 경고했지만, 이 사설은 동시에 삼성전자에게도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텔의 제휴는 역사의 재편이다. 역사의 재편기에 움직이지 않는 자는,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메모리에 안주한다면, 10년 뒤 세계 반도체 산업 지도에서 삼성은 여전히 큰 기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상은 지금의 글로벌 리더가 아니라, 단순한 부품 납품업체에 불과할 것이다.

삼성이 살아남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AI 연산반도체 대전환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함께 국가 차원의 AI 반도체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의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이 긴장감을 뼛속까지 깊이 새겨넣어야만 삼성전자가 다시금 역사의 무대 중앙에 설 수 있다.

   <일본경제신문 2025919일자 사설>

                  “AI 발전이 촉진하는 미국 반도체 재편                                

 '역사적인 재편의 영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 기업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 미국 엔비디아가 미국 인텔에 50억 달러(7400억 엔)를 출자하고,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생성 AI의 급속한 발전은 반도체 제조사의 경쟁 환경을 크게 바꾸며 역사적인 재편으로 이어졌다.

이번 제휴로 엔비디아는 경쟁력을 더욱 높일 뿐만 아니라,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의 영국 ARM 홀딩스 등에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들도 부품 소재 공급 및 조달에서 미국 반도체 제조사와의 관계를 깊게 하고 있어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개발 및 활용에 필수적인 이미지 처리 반도체(GPU)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며, 7월에는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돌파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인텔에 대한 출자도 그 일환이다.

인텔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PC 시대에 패권을 잡았으나, 최근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미세화에서 뒤처져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8월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출자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엔비디아와의 제휴로 재건에 활용 가능한 자금을 두텁게 확보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ARM 기술을 활용한 자체 설계 CPU(중앙처리장치)GPU를 조합해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해왔다. 이번 제휴로 인텔의 CPU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인텔과 공동으로 노트북용 GPU도 확대 판매할 계획이다.

제휴는 현 시점에서는 제품 개발만 대상이며, 인텔의 경영 과제인 위탁 제조 부문의 고객 확보에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일본의 부품 소재 제조사와 장비 제조사들은 인텔과의 거래가 많아 각사에는 계속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CPUGPU를 조합해 성능을 높이는 전략은 미국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스(AMD)가 채택하고 있어 해당사 등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구(新舊) 대기업의 제휴가 적정한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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