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오는 2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6일까지 4박5일간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하고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등 5개 정상과 회담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유엔총회에 참석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은 이번에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엔총회 참석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귀환'을 천명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뉴욕 방문의 핵심 일정인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일주일 만에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정상외교를 가동한데 이어 8월에는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의 외교전은 9월 유엔총회 일정 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한달 뒤인 10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李,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24일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등 5개국 정상회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대통령의 뉴욕 순방 일정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순방 첫날인 22일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미 상·하원 의원단을 접견해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의 역할을 당부할 계획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뉴욕 한인사회 동포 간담회에도 예정돼 있다.
2일차인 23일에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한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우리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나가기 위한 한국의 기여 방안도 설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유엔사무총장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 현안 대응에 있어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사무총장의 지지를 당부할 예정이다.
24일에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현재 한국은 유엔 안보리 의장국이다.
이 대통령은 AI와 국제 평화·안보를 주제로 열리는 회의에서 '모두의 AI' 기조와 국제 사회의 평화·안보·번영을 위한 대응 논의를 주도할 전망이다.
마지막날인 25일 이 대통령은 월가를 찾는다. 이 대통령은 미 경제·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대한민국 투자써밋' 행사를 연다. 이 자리에서 주요 글로벌 핵심 투자자들에게 우리 정부의 경제 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투자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위 실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 알림으로써 연중 최고가를 경신 중인 한국 증시에도 더욱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통해 글로벌 책임 강국의 위상을 공고히하고, 이재명 정부의 민생경제 중심 국정 기조를 국제 무대에서 명확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해 우즈베키스탄과 체코, 폴란드 등 5개국 정상회담이 확정됐다. 다자회담 특성과 함께 유엔총회 의장국인 점 등을 감안하면 수 십여 곳의 정상들과 직간접적으로 릴레이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 실장은 "이들 정상과 유대를 강화하고 방산과 인프라 등 실질 협력을 논의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실천에 옮길 것"이라고 했다.
관심을 모았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한미정상회담은 이번 순방에서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며 "유엔 장외 일정이나 여러 여건이 복잡한 때이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풀어사이드'라고 불리는 약식회담 등의 성사 전망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순방에서 관세 협상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위 실장은 "한미 관세협상은 각료 및 실무자급에서 계속 조율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상 간 논의는 그 다음"이라며 이번 순방에 한국의 대미협상팀 역시 동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엔서 '민주 한국의 귀환' 천명…한반도 평화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뉴욕 유엔총회 참석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귀환'을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여 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해 정상외교를 가동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외교 진용을 꾸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이번 유엔총회에서는 이 대통령의 기조연설과 각국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 지도 관심이다. 한국 대통령들은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제43차 유엔총회 연설을 시작으로 꾸준히 유엔 무대에서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해왔다.
이 대통령도 이번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고 북한을 향해 대화를 촉구할 전망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 관련 메시지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관여의 동력을 얼마나 추동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민생경제 중시', '국익 중심 실용외교' 등 핵심 국정 기조를 구체화한다.
나아가 다자 외교를 무대로 한 활발한 양자 외교도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및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정상과 연쇄 회담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대통령실은 이들 회담을 통해 방산·인프라 등 분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방문 기간 기후변화, 인공지능(AI), 보건의료 등 한국이 그간 책임 있는 중견국 외교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온 의제들에 대한 지속적 기여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시진핑 APEC 동시 방문 가능성…李 역할 주목
빅터 차 "트럼프·김정은·시진핑, 베이징서 만날 가능성도"
이번 유엔 총회 일정이 마무리되면 이 대통령의 다음 시선은 10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APEC 참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국 정상의 방한 여부에 대한 미중 양국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그간 외교채널로 협의해 온 우리 외교부는 'APEC 참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두 정상이 우리나라를 찾으면 한미·한중 양자회담은 물론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까지도 열려 있다. 우리나라가 G2를 중재하는 모양새가 돼 APEC 정상회의 성과가 더해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며 한국이 미중 사이를 잇는 '가교'(Bridge)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중국과의 협력도 모색하며, 미중 사이 일종의 중재자 역할을 통해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 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 방한 가능성이 열려 있고, 방한하면 양자회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는 근래에 회담한 바 있다. 10월에도 회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 양국이 관세 세부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어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빅터 차 "트럼프·김정은·시진핑, 베이징서 만날 가능성도"
한편, APEC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지정학·외교정책 담당 소장 겸 한국석좌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에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상기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행을 생각 중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는 그런 종류(북미중 정상 회동)의 아주 극적인 뉴스 이벤트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북미대화 진전을 위해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고 말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비핵화 움직임 없는 평화협정 체결에 응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동결하는 정도의 조치를 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준다면 사실상 비핵화 목표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7개의 전쟁을 중단시켰다'고 말하지 않느냐. 그의 머릿속에 다음 차례로 한국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는 자신이 한국전쟁을 종결지었다고 말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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