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수도권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침수 사태가 일어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 위치한 '작전역 베네하임 더원'은 지난달 폭우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한 달 넘게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해당 단지 최고층은 27층에 달하는데, 이에 고층에 사는 입주민들은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한 채 계단을 오르내리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층 아파트에서 계단으로만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불만과 피로가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올해 1월 입주를 시작한 ‘작전역 베네하임 더원’은 지하 2층~지상 27층, 총 3개 동 166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59~84㎡로 구성돼 있다.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인천지하철 1호선 작전역 인근의 뛰어난 교통 접근성과 합리적인 분양가로 평균 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입주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아파트는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으며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8월 13일 내린 폭우로 인해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며 다수의 차량이 침수됐고, 전기 및 수도 공급까지 중단돼 사실상 거주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피해는 지하층에 집중됐는데 지하 2층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간은 빗물로 오염된 흔적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으며, 피트니스 센터는 천장 마감재가 들뜬 채 방치돼 있다. 파손된 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면 곰팡이가 벽면을 뒤덮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장기간 고장난 채로 복구되지 않은 엘리베이터의 고장이다. 침수 이후 승강기가 전면 중단되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수리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주민들은 지상 27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인근 배수로 원래부터 자주 막혀, 예견된 인재였나
심지어 어린 자녀나 고령자, 몸이 불편한 입주민들까지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 단순한 생필품을 나르는 일도 큰 고역이 되고 있다.
20층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는 생활이 고통스럽다"라며 "이게 정말 새 아파트에서 벌어질 일인지 믿기 어렵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입주민은 "분양 당시 교통도 좋고 신축이라 믿고 들어왔는데 주거 안정성이 무너진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라며 "관리 업체와 지자체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더 답답하다"라고 호소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니라, 예견된 인재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근 배수로가 평소에도 자주 막히는 등 배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계양구청이 사전에 방치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실제 폭우 당시 이 일대 상가와 건물 여러 곳이 침수되며 성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찼고, 아파트 인근 상가 10여 곳은 영업 중단에 내몰렸다. 지하에 위치한 한 마트는 약 20억 원 규모의 집기와 상품을 폐기해야 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계양구청은 침수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일부 숙박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배수로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결함이나 행정 과실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추가적인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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