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객들이 해외 여행지에서 가방이나 소지품에 '단풍잎 국기'를 달고 캐나다인 행세를 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18일(현지시간)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재등장 이후 고조된 반미 정서를 피하고 우호적인 서비스를 받기 위해 미국인들이 '플래그 재킹'(flag jacking·깃발 속이기)을 통해 자신의 국적을 속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CNN이 전한 사례를 보면 미국 뉴욕 출신의 한 여성은 도미니카공화국 여행 중 미국인 신분을 드러냈다가 여러 번 봉변을 당했고, 그 이후 앞으로 여행지에서 캐나다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로 했다.
이 여성은 여행지에서 택시기사에게 미국인 신분을 밝히자 승차를 거부 당했다고 한다. 또, 여행지에서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다가 미국팀을 응원하는 바람에 자신이 미국인이란 사실을 무심코 드러내고 말았는데, 그러자 갑자기 근처 캐나다인이 시비를 걸어와 말다툼을 벌여야 했다고 전했다.
미시간주 출신의 한 여성도 유럽 여행 중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조롱을 당한 경험이 있어 캐나다인 행세를 택했다고 한다.
플래그 재킹은 2000년대 초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침공으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집중적인 눈총을 받던 시절 처음 등장했다. 이 영향으로 2005년 유명 애니메이션 시리즈 '심슨가족'에서는 총명한 캐릭터 중 하나인 리사 심슨이 유럽 여행을 가기 전 "앞으로 한 주 동안은 난 캐나다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20년 전 유행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의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러한 플래그 재킹을 가벼운 장난처럼 여기지만, 캐나다인의 입장은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은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계속하고 있고, 심지어 이 나라를 51번째 주로 강제 합병하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집요하게 공격한 탓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미국인들이 단풍잎 국기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문화적 강탈·도용이자 국기에 대한 조롱이며, 캐나다의 선의를 해치고 해외에서 캐나다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캐나다 문화평론가 토드 매핀은 자신의 유튜브 쇼츠 동영상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미국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예비 여권인 줄 안다"며 플래그 재킹에 대해 "탱크에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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