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외국인과 허가받지 않은 접촉이나 대화를 하다 적발하면 감옥에도 갈 수 있는 ‘냉전시대’ 외국인 접촉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신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끌려온 서방인들과 교류한 것에 대한 단속 조치로 최소 100명이 기소됐다고 전했다.
이 법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22년에 도입한 것으로 표현이 모호해 어떤 상황에서 외국인과의 접촉이 허용되는지 등이 불분명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푸틴이 1975년 KGB에 합류했을 당시 소련 비밀경찰의 기능 중 하나는 일반 시민과 외국인 간의 접촉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서방인과의 소통은 의심스러운 것으로 여겨졌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198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은 제약을 걷어내고 개방의 시대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대통령으로서 첫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 국민들이 외국 정부 대표와 허가받지 않은 접촉을 할 경우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이에 관한 법이 없었다. 크렘린궁은 연설 공식 기록에서 해당 발언을 삭제했다.
그후 25년이 지나 푸틴은 자신의 발언을 실현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푸틴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후 ‘외국 및 국제 조직과의 비밀 협력 처벌’ 규정을 형법 275조 1항에 도입했다.
러시아 국민은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이 국익에 해롭다고 판단한 외국 및 외국 기관과 협력하는 경우 최대 8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웹사이트 미디어조나가 법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이 법의 시행 이후 현재까지 최소 100명이 기소됐다.
이 조항은 기소된 사람들이 간첩 행위를 저질렀거나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는 혐의는 아니어서 ‘경미한 반역죄’로 규정됐다.
다만 규정이 매우 모호하고 광범위하다.
망명 러시아 인권단체인 페르비 오트델(Pervyi Otdel·)의 변호사 예브게니 스미르노프는 “ 많은 일상적인 접촉이 해당돼 외국인과의 어떤 접촉이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FSB 요원과 수사관들이 무엇이 안보 위협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의붓아들이 징집 위기에 처했을 때 폴란드에 있는 조카로부터 친우크라이나 웹사이트 링크를 받았다가 ‘기밀 협조’ 혐의로 기소됐다.
그 링크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에 항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남성은 “FSB는 조카가 우크라이나군 정보기관 소속이라고 했지만 그는 폴란드에서 10년간 거주하며 감자칩 공장에서 일했던 이민자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인은 극동 하바롭스크 출신으로 영국의 반러시아 활동을 도운 혐의로 5월 4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남성이 정치적 망명을 조건으로 학생들에게 반러시아 선전을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판결했다.
시베리아 치타 출신의 언론인 니카 노박은 러시아 군대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미국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웹사이트인 ‘라디오 자유 유럽’에서 일한 혐의로 4년간 수감됐다.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의 인권 변호사 마리아 본즐러도 ‘외국과의 기밀 협력’ 혐의로 기소됐으나 기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기소된 인물들은 은행 직원, 사업가, 건설 노동자, 심지어 러시아 군인까지 다양했다.
변호사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와 관련되어 있으며, 우크라이나인으로 가장한 FSB 요원들의 함정 수사에 빠진 경우가 많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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