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했다"…지시받아 움직이는 조직범죄 가능성
배후 특정·자금 추적·신병 확보 등 후속 수사 난항 우려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피의자로 중국 국적자 2명이 구속됐지만, 정작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주범은 중국에 따로 있는 것으로 파악돼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상당수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 수사가 해외에 있는 상선까지는 닿지 못하는 것처럼, 이번 사건 수사 역시 '몸통'이 아닌 '꼬리'만 건드리는 데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국에 있는 윗선 지시받아"…조직범죄 가능성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 소형 기지국을 승합차에 싣고 다니며 무단 소액결제 범행을 저지른킨 혐의를 받는 중국동포 A(48)씨는 일관되게 중국에 있는 '윗선'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불상의 인물에 대한 개인정보를 진술하는가 하면, 그를 최근 중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면서도 A씨는 취재진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거듭 답했다.
국내에서 통신업계와 무관한 일용직 노동에 종사해 온 A씨가 전례 없는 기술범죄를 홀로 주도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까지 A씨가 언급한 윗선의 신원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배후세력의 규모 역시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이 윗선이 주범 격으로 범행을 설계했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거대한 범죄조직의 중간책으로서 다른 상선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자의 경우 해외의 상선이 장기판의 말을 두듯 하부 조직원들을 조종하며 사건을 지휘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유사한 구조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현금 수거 및 인출책, 대포통장 대여자, 자금 세탁책 등 말단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분업하며 범행 규모를 키워나가는 방식이다.
실제 A씨가 불법 소형 기지국을 차량에 싣고 다니고, 함께 검거된 중국동포 B(44) 씨가 소액결제 건을 현금화하는 등 각자의 역할만을 맡았다고 진술한 것은 이런 수법을 연상하게 한다.
◇ 해외 상선 특정부터 검거까지 '산 넘어 산'
현재로선 가정일 뿐이지만,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이와 유사한 조직범죄로 드러날 경우 배후에 있는 상선 조직의 덜미를 잡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상선의 신원과 조직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보이스피싱 범죄에서처럼 말단 조직원은 상선이나 다른 하위 조직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선이 수사기관을 따돌리기 위해 이른바 '꼬리'에 조직 정보 노출을 극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A씨는 경찰에 윗선의 개인정보와 관련해 여러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진술의 신빙성 및 범죄조직의 규모 등은 여전히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중국에 있다는 윗선을 특정한다고 해도 체포까지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경찰이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리고 양국이 본격적인 공조수사에 나서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현직 경찰 수사관은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가 국경을 넘나들며 수사망을 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양국 간 공조가 잘 이뤄져 검거에 성공한다고 해도 보통 1년 이상 걸리고, 검거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 탓에 보이스피싱 사건에 대한 일선 경찰 수사도 현금 수거책을 붙잡아 자금이 세탁되기 전 범죄 수익을 최대한 환수하는 수준에서 멈추는 경우가 잦다.
더군다나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은 일반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보다 훨씬 고도화한 것으로 추정돼, 범죄수익의 흐름을 잡아 관련 인물 등을 역추적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의 범행 수법과 공범 여부 등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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