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태광그룹이 애경산업을 품에 안으며 K뷰티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한 기존 ‘빅3’ 체제의 지각변동과 함께 주경쟁 무대가 국내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각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전략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AK홀딩스 및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4000억원대 후반으로 알려졌으며, 애경산업은 연내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및 섬유 업황의 부진을 겪어 온 태광그룹이 화장품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았다고 분석하며 태광그룹의 자금력과 지원을 바탕으로 한 애경산업의 성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K뷰티 시장을 이끌어온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가운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변화하는 시장 속 전략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LG생활건강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548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4% 줄어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력 사업인 뷰티 사업부는 영업손실 163억원으로 약 2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국내는 온라인 중심으로, 중국에서는 브랜드 건전성 회복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강력한 사업 구조 재편에 돌입했다. 또 북미·일본·동남아시아·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등을 새로운 사업의 축으로 한 ‘글로벌 리밸런싱’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장기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에서는 온라인과 H&B 채널 공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각 채널 특성에 맞는 신제품 론칭과 세컨드 브랜드를 조직해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LG전자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인 ‘LG 프라엘(Pra.L)’의 브랜드 자산을 인수하고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뷰티 시장 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른 북미에서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을 중심으로 영 제너레이션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보강하면서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사업의 성장과 M&A(인수합병)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기업 가치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미래 성장을 위해 과거와 동일하게 M&A에도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크리에이트 뉴뷰티(Create New Beauty)’를 비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이를 구체화할 5대 전략을 수립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하고,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며 해외 매출 비중을 7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이 향후 10년간 중장기 비전의 실현을 위해 내놓은 전략 중 글로벌 핵심 시장을 집중 육성하는 ‘Everyone Global’ 전략은 한국, 북미, 유럽, 인도·중동, 중국, 일본·APAC 등 ‘펜타곤 5대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각 지역의 고객 특성에 맞춘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글로벌 유통사와의 협업 체계를 강화해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어 뷰티 전 영역을 포괄하는 통합 포트폴리오 강화 웰니스 및 디바이스 사업의 확장과 함께 전사적 AI 전환을 통한 근본적인 혁신을 계획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 시장 및 유럽 시장도 성장하는 추세, 특히 중국 사업 구조 개편을 위주로 진행해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키워나가려는 방향으로 가고있다”고 부연했다.
이처럼 기존 강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애경산업이 태광을 등에 업고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를 받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는 2027년까지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 디지털 유통채널 경쟁력 강화, 프리미엄 라인 확대를 통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생활용품과 화장품 매출 비중은 각각 61%, 39%였으나 향후에는 화장품 비중을 48%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 속 유통 채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금까지는 온라인몰과 홈쇼핑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 다이소가 새로운 판매 채널로 부상함에 따라 애경산업은 10·20세대를 겨냥한 서브 브랜드를 다이소에 입점시켜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애경산업의 스테디 셀러 브랜드인 AGE 20's와 루나는 올리브영에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으며, 일본·미국 등 새로운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화장품 매출의 70%를 해외 매출로 거두는 애경산업은 이 중 80%를 중국 시장에 의존했지만, 최근 북미·일본·동남아 등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있다. 서브 브랜드는 소비자 접근이 쉬운 ‘돈키호테’나 ‘미니소’에 입점시켰으며 주력 브랜드는 미국 아마존 채널에서 마케팅 강화하고, 일본에서는 팝업스토어·오프라인 매장을 연달아 오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태광산업의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산업이 인수절차를 모두 마친 후 공개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해외·온라인 전략에 기업 향방이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광으로서 애경이 가지고 있는 유통 네트워크를 통한 사업 확장 측면으로 볼 수 있고, 애경에게는 사업의 내실화를 기한다는 기회가 될 수 있어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보았을 때 기존 생활용품·뷰티 등 유통 부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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