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고령화로 금리인하 한계…대출지원제도 통화정책 대안될 수 있어"

[사진=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한국이 실효하한금리에 도달할 경우, 금리 인하 대신 대출지원제도 같은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에 연사로 나서 "새롭게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로 ELB에 도달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일본 등 선진국이 사용한 비전통적 통화정책(UMP;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을 무작정 차용하기보다는 한국 상황에 맞는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LB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더 이상 인하 효과가 없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도 가능하지만, 자본유출·자산시장 과열 등 부작용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하한선이 존재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제로금리 상황에서 양적완화(QE), 외환시장 개입(FXI),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사전예고) 등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국이 구조적 장기침체로 ELB에 직면할 경우, 이러한 수단을 사용하는 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외환시장 개입으로 평가절하가 지속되면 자본유출로 외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흑자에도 불구하고 도산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위스식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시장 흡수 과정에서 담보 부족 문제가 생기고, 비은행 금융기관이 유동성 제약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대신 그는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과 같은 대출지원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에 저금리 자금을 공급해 특정 부문에 대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 대신 신용 채널을 통한 자금 지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포워드 가이던스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6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는 'K-점도표'를 시범 운영 중"이라며 "정착될 경우 실효하한금리 상황에서도 시장과 소통하는 중요한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ELB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 실효하한금리 위험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등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며 "사후적 재정·통화 대응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ELB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