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클래리트로마이신'의 가격 상승에 따라 필수의약품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9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간한 글로벌바이오헬스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월 클래리트로마이신 시장은 전례없는 가격 급등을 겪었다.
특히 영국의 경구용 현탁액 제형은 평균 61%의 가격 상승이 발생해 올해 가장 변동성이 큰 의약품 원료 중 하나로 부상했다.
클래리트로마이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핵심 항생제다. 호흡기 감염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호흡기 감염 치료 분야에서 클래리트로마이신의 처방률은 2023년 전 세계 처방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번 공급 차질의 원인으로는 중국의 수출 제약과 관세 압박을 꼽았다.
글로벌 클래리트로마이신 공급망의 핵심인 중국에서 심각한 수출 제약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145% 관세 부과가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의 수입 비용이 대폭 상승했다.
해외 구매자들은 관세 변화에 대비해 대량 구매를 진행하고 있어, 현지 공급 가능성을 제약하고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컨테이너 부족과 항만 처리 능력 한계로 글로벌 운송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배송 지연이 최대 12~15일까지 발생하고 있어, 기존의 재고 관리 시스템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원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클래리트로마이신 가격이 올해 4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의료 조달 그룹들은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다변화된 공급원 확보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지역이나 국가에 의존하는 공급망에서 벗어나 지역별 생산시설의 상호보완적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핵심 원료의약품에 대해 최소 2개 이상의 독립적 공급업체를 확보해 단일 공급원 의존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관세 부과는 제조 능력 증대 없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만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가 필수의약품 비축제도는 WHO 필수의약품 목록 기준으로 장기 비축 체계를 구축해 공급 위기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클래리트로마이신 가격 급등 사태'는 단순한 시장 변동을 넘어 글로벌 제약 안보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 경고 신호라고 봤다.
이어 "우리나라는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이전과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제약 안보 구축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보건 기여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또한 K-바이오 벨트 구축과 첨단 바이오 의약품 개발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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