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79) 미 대통령은 키어 스타머(63)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푸틴과 개인적으로 친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착각했었다"며 "푸틴이 나를 정말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또 미국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에서는 기자들에게 "적절할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휴전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면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푸틴을 다각적으로 강하게 압박을 해 휴전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그같은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사지 않음으로써, 국제유가가 떨어져 결국 푸틴의 전쟁 자금줄을 말리는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러시아산 석유를 연간 약 200만배럴을 샀었으나, 이미 국제적인 러시아 경제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올해 말까지 완전수입 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얘기를 꺼내자 다소 난처해 한 것은 영국은 현재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를
현재 얼마나 사고 있나?
현재 러시아는 연간 약 5억15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산 원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가격 상한제 영향으로 '브렌트유 대비 약 11.5달러나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는 시베리아 등 유전 채굴 비용이 높아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든 국제 유가가 더 떨어지면 러시아는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러시아산 석유 거래를 막고 국제유가가 조금만 더 떨어지면 전쟁 비용에 허덕이고 있는 푸틴이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트럼프는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 수출로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중단해 자금줄을 차단하면 유가가 하락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압박으로 푸틴이 전쟁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은 뒤
현재는 그 이전 수준 아래까지 되돌아가
원래 유럽 등에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던 에너지 경제구조였다. 아예 석유와 가스는 러시아-유럽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하던 구조다.
*노드스트림 1,2 파이프라인
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의 비보르크에서 독일 북동부 루브민 지역까지 발트해를 가로 지르는 에너지 공급 파이프라인이다. 주로 독일, 체코,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까지 가스 등을 공급했으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국제제재로 노드스트롬 2는 거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드루즈바 파이프라인
러시아에서 벨라루스,우크라이나를 거쳐 폴란드,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 주로 석유(원유)를 공급했다. 현재 EU의 러시아 제재 이후 독일, 폴란드의 공급은 대폭 축소됐지만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체코에는 계속 공급받고 있다.
*야말-유럽 가스파이프라인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독일을 연결하는 주요 가스관으로 현재는 일부 구간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파이프라인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체코,오스트리아 등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루트로 지난해 말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유럽 대다수 국가는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던 석유,가스 수입 비율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줄였다. 그러나 독일,체코,터키,슬로바키아,헝가리세르비아,오스트리아,불가리아,그리스 등은 여전히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 최대 수입국가
이제는 인도와 중국 등이 차지
트럼프는 관세로 인도를 제재
현재 러시아산 원유는 인도와 중국이 거의 80% 안팎을 수입하고 있다. 나머지는 터키, 브라질,유럽 등이다.
특히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크게 늘려 하루 약 207만 배럴(약 44% 물량) 씩 수입해 트럼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보다 무려 10배 이상 더 많은 러시아산 값싼 석유를 수입해 실리를 챙기고 있다.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러시아 제재방침을 거스르고 있다.
마침내 트럼프는 지난달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것을 문제 삼아 인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상호관세 25%를 추가해 사실상 '50%의 폭탄 관세'를 부과하는 징벌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유가가 떨어지면 푸틴의 전쟁 자금줄이 조여져 그의 전쟁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트럼프의 논리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푸틴의 강한 전쟁 지속 의지,나토 등 지정학적 군사적 복잡성으로 인해 단순히 유가하락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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