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를 투자하고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에 나선다. GPU 최강자 엔비디아와 CPU 강자인 인텔의 협력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권력 지형을 흔드는 ‘빅딜’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18일(현지 시각) 인텔 보통주를 주당 23.28달러에 매입해 지분 약 4%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전날 종가(24.90달러)보다는 낮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며 지급한 주당 20.47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엔비디아는 인텔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며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양사는 구체적 협력 방안도 발표했다. 인텔은 엔비디아의 독자 네트워크 기술인 ‘NV링크’를 활용해 엔비디아 GPU 기반 AI 인프라에 탑재할 맞춤형 CPU를 제작하고, 차세대 PC용 칩 시스템도 함께 설계할 예정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엔비디아 AI 가속기에 인텔 프로세서를 결합해 경쟁력을 높인다. NV링크는 GPU와 CPU를 초고속·고대역으로 연결하는 기술로, 엔비디아 슈퍼컴퓨터 ‘NVL72’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이다.
다만, 이번 협력에는 인텔이 엔비디아 칩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안착을 위해서는 애플·퀄컴·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 유치가 필수라는 점에서 양측의 생산 협력 여부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남아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협력은 더 주목받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AI 반도체 구매 중단을 지시하고, 알리바바·화웨이가 자체 칩 개발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반도체 대표 기업 간 결합은 전략적 의미가 크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인텔 지분 10%를 확보하며 ‘인텔 회생’에 나선 상황과도 맞물린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발표 당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6% 올랐고, 인텔은 28% 급등하며 32달러에 근접했다. 반면 AMD 주가는 2.7% 하락, 장중 5% 이상 밀리며 경쟁 구도의 변화를 반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가속 컴퓨팅과 인텔의 CPU·x86 생태계를 긴밀히 결합하는 역사적 협력”이라며 “양사가 함께 생태계를 확장하고 차세대 컴퓨팅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립부 탄 인텔 CEO도 “이번 협력이 고객을 위한 혁신의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미래 워크로드를 뒷받침하며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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