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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애가 골프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은 건 코로나19 대유행 때였다. 2020년 JLPGA 투어 풀시드가 있었지만,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 때문에 일본에 건너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때부터 안신애는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3년 말 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에서 공동 15위에 오르며 안정적인 투어 시드를 확보했지만, 지난해 투어를 뛰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안신애는 19세 때부터 15년간 살아온 프로 골퍼의 삶을 내려놓고 새출발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뷰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골프를 하면서 선크림을 바를 때마다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실패해도 좋으니 일단 해보자고 시작한 게 화장품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무실을 얻은 뒤 화장품 브랜드 ‘메르베이’(MERBEI)를 론칭하기까지 꼬박 9개월이 걸렸다. 사업가로 변신한 안신애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초조하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브랜드를 론칭하고 나니 홀가분하다”면서 “골프 선수일 때는 악플에 시달렸는데, 화장품에 관해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메르베이’는 프랑스어로 경이로움(Merveille)을 의미한다.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브랜드 철학이다. 브랜드 론칭과 함께 5종의 스킨케어 라인 에센스·세럼·크림·선스크린·폼클렌저를 선보였다. 화장품 성분 공부부터 브랜드 이름 결정까지 안신애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안신애는 “브랜드 론칭을 결정하고 부동산에 전화해서 덜컥 사무실 계약을 했다”며 “사업자 등록증 제출 등 기본적인 행정절차조차 모르고 무대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 때와 달리 직원들과 함께 어우러져 일하는 문화가 낯설다”면서도 “매일 아침에 출근해서 내부 회의, 외부 미팅 등 업무를 보고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퇴근 후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의 연속이어서 몸이 10개라도 모자라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에 대한 미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도 선수로 복귀했던 이유는 아버지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췌장암으로 오래 투병한 아버지를 올해 5월 떠나보냈다. 아버지가 제가 골프 치는 모습을 좋아하셔서 투어로 돌아갔던 것”이라면서 “선수로서 성적은 아쉽지만 아버지를 1년 동안 심심하지 않게 해드려 기뻤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또 “뼛속까지 골프인이다 보니 언젠가 회사가 커지면 골프 선수들을 후원하고, 골프 쪽에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신애는 “지금은 ‘메르베이’를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동남아, 일본 등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잡티 예방, 미백 효과가 커서 아시아인들이 선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골프 선수로 생활할 때는 많은 스폰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 ‘나답게 산다’는 해방감이 든다”면서 “화장품과 뷰티는 본연의 ‘나’를 보여주는 매개체다. 모든 소비자와 이 감정을 나누고 싶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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