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회동에서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 밀약'으로 '대선개입' 의혹을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연일 사퇴를 요구하며 특검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는 18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친구로 알려진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발의로 여권은 사법개혁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與,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발의…3대특검 전담재판부 '위헌소지 완전 차단'
위헌논란 '국회추천' 제외, '6-3-3원칙' 적용, 감형·사면 '불허'
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18일 '윤석열·김건희 등의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법률안'('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내란특검과 김건희 특검, 순직해병 등 3대 특검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설치되는 내란전담재판부가 담당하도록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특검별 전담재판부가 설치돼 총 3개의 전담재판부가 들어선다. 항소심까지 포함하면 총 6개의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는 셈이다. 또 3대 특검이 청구하는 영장을 심사하는 영장전담법관도 별도로 둔다.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법관의 '국회 추천'은 제외했다. 법무부 1명, 법원 판사회의 4명, 대한변호사협회 4명 추천으로 구성된 9인의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다.
즉, 지금은 법원 내부 시스템에 의해 재판부를 구성하고 있으나 '내란전담재판부'는 외부기관을 통해 배정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국회 의안과에 법안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판사의 구성 추천 권한을 국회가 갖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위헌소지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들이 있었다"면서 "위헌 소지는 없지만 이러한 주장을 수용해서 법관을 추천하는데 국회는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오늘 발의한 법안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위헌소지를 완전히 차단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법원 조직은 법률에 의해 정한다는 헌법규정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재판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1-2-3심 재판 기한은 '6-3-3원칙'에 따라 총 12개월만에 끝내도록 했다.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 설치된 항소심 전담재판부가 맡도록 했고,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심리한다.
아울러 재판 공개 조항도 담겼다. 전담재판부의 판결문에는 판사 3인의 의견을 모두 표시하고 재판과정의 녹음·녹화 촬영을 원칙적으로 허용했다.
또 내란죄 및 외환죄를 범한 경우 '형법'의 정상참작 감경을 적용받지 않도록 했으며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면·감형·복권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민주당은 다만 당론으로 법안을 채택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론은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내란전담재판부는 인민재판부…최종 목표는 총통국가 건설"
김민석 "내란재판부 어떤 대목이 위헌인가" 나경원 "헌법 공부 좀 하라"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는 '인민재판부', '위헌'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인민재판부'로 규정하면서, 사법부 장악과 야당 탄압을 바탕으로 영구집권을 시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일당독재 총통국가 건설"이라며 "100년에 걸쳐 세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이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도 내란전담재판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나경원 의원은 김민석 총리에게 "지귀연 판사 쫓아내려고 내란특별재판부 이야기하다가 위헌 논란이 있으니 내란전담재판부 만든다고 한다. 위헌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총리는 "내란전담재판부가 어떤 대목이 위헌인지 말하면 답하겠다"고 했고,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의 재판 5개를 보수 성향 3명의 판사로 이재명특별재판부 만들면 동의하겠나"라고 했다.
그러자 김 총리는 "위헌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나 의원은 "사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 공부 좀 하세요. 헌법 공부 안 해보셨죠"라고 말했다.
법원, '신속재판 지원' 패키지로 맞대응…민주 "부족한 조치"
법원은 이날 여당이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하자 특검사건 재판부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맞대응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법관 추가배치 △합의부 증설 △특검사건 재판부의 일반사건 배당조정·재배당 △형사법정 증설 등을 제시하며 재판부가 사건을 더 빠르게 심리해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이 내놓은 방안은 현 재판부 구성을 유지하는 행정적 지원에 불과해 '재판부 불신해소'를 강조하고 있는 여당 요구와는 결이 다르다.
전현희 특위 위원장은 법원의 대책에 대해 "법관을 추가한다고 해도 우리가 주장하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달란 요청에는 아직 부족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장경태 의원 역시 "뒤늦게 사후약방문 처리하듯 사법부의 입장이 나온 것에 대단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조희대, 한덕수 만나 윤석열에 '이재명 처리하겠다'고 말해"..."조희대 대선개입"
박지원 "서영교 한 번도 틀린 적 없어…조희대 의혹 특검 수사해야"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이날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회동에서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으로 '대선 개입'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조희대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다.
해당 의혹은 서영교 의원이 지난 5월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의 친구 조희대(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받는 전후 과정에서 '대선 전 대법원으로 이재명 사건이 올라오면 꼭 먼저 처리하겠다고 윤석열에게 이야기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발언하며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고 이후 조 대법원장 사퇴론이 불거졌다.
서영교 의원은 17일 MBC뉴스투데이와 인터뷰에서도 '이재명 후보 사건의 파기환송' 관련 조희대-한덕수 회동에 대한 해당 제보를 당시 여권의 고위직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할 만한 인물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주 신뢰할 만한 내용이다"며 "과거 보수정권의 민정 라인이자 당시 여권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에게 받은 제보"라고 답했다.
서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하기 1년 전 이미 윤석열을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선에 못 가게 해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과 조희대가 만났고, 조희대는 윤석열에게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바로 처리하겠다'고 하는 제보를 받은 것"이라며 "그런데 지난 5월 2일 법사위에서 질의한 뒤 아직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답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이 제보받은 녹취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4월 7일쯤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씨의 어머니인 최은순 씨의 동거남 김충식 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곧바로 처리하겠다는 제보가 녹취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서 의원에게 힘을 싣었다.
박 의원은 "의혹을 맨 먼저 제기한 서영교 의원은 국회에서 가장 똑똑하고 자료를 갖고 얘기한다"며 "서 의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서 의원의 의혹에 신뢰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을 위해서도 특검에서 수사해야 된다"며 "일부에서 청담동 사건처럼 될 수도 있다 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은 (의혹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조희대, 억울하면 특검 수사받으라"
이런 가운데 전날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총리와 회동에서 '이재명 사건 파기환송 밀약' 의혹을 전면 부인하자 민주당은 특검 수사를 거론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8일 예산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왜 그때 그렇게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빨리해야 했는지 입장을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며 "억울하면 특검에 당당하게 출석해서 수사를 받고 본인이 명백하다는 걸 밝혀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때도 서부지법 폭동 때도 무겁게 닫혀 있었던 조 대법원장의 입이 오늘은 왜 이렇게 가볍게 열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이번 기회에 내란특검의 수사를 받도록 촉구한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의 진위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특검의 수사가 필요하다, 이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 최고위원은 "가장 근본적인 것은 '법원이 왜 이렇게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는가'. 그 의혹의 중심에는 사실상 대법원장이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대법원과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겠다라든지 그런 국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 그러고 앞으로의 대책 이런 것을 좀 내놔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문진석 "조희대 사퇴해야 사법부 자정 가능…탄핵은 아직"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발의와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통해 사법개혁의 동력을 삼는 모습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17일 KBS 라디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만 사법부의 잘못된 부분들이 자정 능력을 회복하는 출발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문 수석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문 수석은 "현재 우리 당 입장은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당내에 탄핵을 시켜야 된다는 얘기까지는 아직 진행이 되고 있지 않다. 탄핵을 얘기할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18일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핵심은 내년 1월 윤석열 피고인이 구속 만료되기 때문에 내란재판이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을 염려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탄핵과 관련해 당 안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거나 그런 단계 아니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가 국민 명령인 내란재판을 빠르고 공정한 판결로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하라는 것"이라며 "그와 관련한 사법부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고, 명확한 답변이 없어 민주당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결단 안 하면 사태 파국"‥현직 판사 '조희대 직격'
이처럼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글을 올렸다.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지난 금요일 전국법원장회의 이후 민주당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등 더욱 극한 대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대법원장은 이렇게 입법부와 충돌·갈등이 있는 경우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소통과 타협의 해법을 찾는 일을 마다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부장판사는 "저는 현 상황의 타개를 위해 대법원장께 최소 두 가지 필요조건을 건의드리려 한다"며 "먼저 지난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한 유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이어 "법조계를 비롯한 많은 국민이 응분의 우려와 의심을 했다면, 비록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수긍하기 어려울지라도 그런 우려와 의심을 해소해 줘야 할 적극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송 판사는 "내란 사건 재판장의 윤리 감사 결과를 조속히 공개해야 한다"며 "만약 감사 결과 문제가 있는 걸로 밝혀진다면 즉각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게 사법부와 해당 재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판사는 "최소한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작금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기 어렵고 사법개혁의 격랑은 거세게 법원에 들이닥칠 것"이라고 진단하며 "무대응과 방관은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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